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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아침나절의 창가에서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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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6  18: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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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눈이 부시던 아침햇살이 거실바닥에서 살짝 돌아앉기에 아까까지는 밥상이었던 동그랗고 나지막한 작은 밥상을 찻상으로 바꾸었다.

꽃샘추위가 물러갔는지 간간이 돌게 했던 난방보일러도 껐는데 아침 일찍부터 찾아드는 햇볕으로 거실이 따뜻하고 포근하여 차를 한잔 마셔 볼까하고 차를 끓였다.

귀한 차라면서 받은 선물인데 즐겨 마시는 녹차보다는 입맛에 안 맞는다고 심산절집의 주지스님이 주신 보이차를 찻잔에 따라놓고 바깥 풍경과 마주했다.

건너다보이는 산이 햇볕과는 역광으로 바라보여 거무스름하고 희뿌옇다.

맑은 날에도 아침나절에는 거무끄름하게 보이다가 햇볕을 받으면 고산주봉은 아니라도 풍경화의 배경정도는 충분한 산이다.

앞으로는 묵은 논과 밭인데 예닐곱 동의 아파트가 밉살스럽게 끼어들기는 했어도 산봉우리의 스카이라인도 살아있고 양쪽으로는 겹겹의 산봉우리들이 올망졸망하여 창가에 앉으면 아늑함이 세상사에 언짢아진 마음을 달래주곤 한다. 그래서 준비랄 것도 없이 간편한 믹서커피를 종종 마시며 찻잔의 온기를 나름대로 즐기기도 하는 창가이다.

녹차든 보이차든 언제나 따라주던 차를 얻어 마시기만 하였지 직접 끓이기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커피만 마셨는데 모처럼 어설프게나마 봤던 대로 흉내를 냈더니 느리게만 움직여야 하는 동작에서 어느새 서두름을 잊게 하고 느긋함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녹차를 따라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바쁜 세상에 느긋하게 저러고 있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얄밉기도 하고 게을러터지게 꾸물대는 것 같아 차 대접을 받으면서도 인내심이 필요를 했었다. 콸콸 흐르는 싱크대의 물에 뽀독뽀독 소리가 나게 씻으면 될 일을 소꿉장난하듯이 이리 붓고 저리 붓고 하면서 씻는 건지 헹구는 건지 조몰락거리는 것을 눈여겨보는 것도 힘들었는데 내손으로 해보니까 느긋함의 여유가 절로 생겨나며 차향의 은근함이 마음까지 다독인다.

서두름을 잊고 되찾은 여유로움이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조각조각 나뉘진 손바닥만 한 텃밭에는 도사리 배추인지 겨울을 난 푸성귀들이 진초록으로 띄엄띄엄 물들었고 먼 산기슭의 매화도 활짝 피었는지 어렴풋이 흰빛이다.

봄이 온 것이 창밖으로 보인다. 새봄이 온 것이다. 장미꽃 피어나는 5월이 오면 이 땅을 다시 찾을 새봄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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