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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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
경상대 건축학과 강사
새해를 맞이하여 TV를 비롯한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활기차고 역동적인 뉴스는 아주 잠깐이었고,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무거운 뉴스들을 접하면서 정말 2012년은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지 복잡한 상념들이 몰려온다. 지난 10월(2011년)에는 20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고만 중학생 다훈이의 사연이 있었다. 그 기사를 다 읽고는 결국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고 말았다. 사연인즉, “나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었는데 엄마는 친척들이 있는 데서 나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내 자존심은 망가졌습니다. 교육만 강조하는 한국의 사회 구조는 잘못됐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교육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무조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어요. 전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를 만나러 먼저 갈게요. 엄마, 아빠, 동생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제 무덤에 아이팟과 곰인형을 함께 묻어주세요”

평소에 경찰이 되고 싶어 했던 다훈이는 00팟을 무척 좋아 했나 보다. 다훈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이 좋아한다. 내 딸도 용돈으로 00팟을 장만을 하고는 잠자기 전까지 끼고 잔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 어떤가에 대해 이해하려면, 최신 스마트폰이나 00팟 등의 기기를 사용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에겐 또 다른 세상과 미래의 꿈들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곰인형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의지 할 곳이 없는 다훈이는 아무 말 하지 않는 포근한 곰돌이가 무척 좋았을 것이다. 잔소리만 하는 부모님 보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 모두가 어떤 시각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현실이 밉다”는 말은 누구나 인정을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로 돌아서 버리고 만다. 기성세대들도 고쳐야 할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고쳐져야 할 곳은 대학의 입학 과정이라고 과감히 말씀 드리고 싶다. 대학에서 각각의 학과에 대한 세분화되고 변별력 있는 평가기준에 의해 학생들을 선발하기보다는 단순히 성적이라는 결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쉬운 길을 택하다 보니 현재의 대학은 ‘성적 자르기’이다. 대학도 변해야 한다. 다음은 부모님들의 의식도 변화 되어야 하는데 본인의 못 다한 한이나,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도 문제가 있다 하겠다. 그리고, 성적 만으로 옆집 아이들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잘못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의 아이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지금의 기성세대의 생각보다도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독립된 인격체로서 인정하고 대우해줘야 하고, 어른들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한류 붐’으로 대한민국을 많이도 좋아하는 여러 나라의 팬들이 있다. 그들 한류 붐의 주역들 중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대학을 가야만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아이만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아이와 툭 터놓고 대화를 시작하여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게 하고 또 힘들어하는 이야기들을 들어줘야 할 때다.

우리들 주변에는 학력과 무관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한 축에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부인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또 다른 것이 우리 주위에 있는지 보고, 듣고, 느끼면서, 다 함께 묵은 악습을 고쳐 나가는 흑룡해의 멋진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고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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