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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시인 박구경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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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1  18: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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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시인 박구경

시인 박구경은 눈빛이 맑고 깊은 미인이다. 그리고 소박한 시인이다. 결정적으로 다정하고 인간적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그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 나는 그를 언니라고 부른다.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그를 언니라고 부르고 언니로 마음에 새기고 나서부터 나는 든든함이 무엇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이 있으므로 든든하다는 그 의미가 자연히 내 의식을 적시더란 말이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람을 보며 뭔가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습관된 내 기질 탓도 있으리라. 어떻든 나는 그 든든함을 여태는 몰랐다.

전생에 사람들에게 빚을 많이 졌든지 나는 대개의 경우 사람들을 대할 때면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편하질 못하다. 처음 시인 박구경과도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함께 술을 엉망으로 취하고 나서부터 나는 그 든든함을 얻었다. 나는 술이 취하면 뭐든지 지나치게 된다. 지나치게 교활하고 불량하고 소리가 크고 결정적으로 같잖게 교태스러워 진다. 기질인 듯. 그러니 함께 술을 마시는 남자들이야 좋을 수도 있지만 여자들은 긴장하기 마련일 것이다. 좌중에 썸이라도 타는 남자가 있는 여자는 긴장을 지나 열불이 날 것이다. 우정은 물알로 간다.

그런데 시인 박구경은(이하 시인) 나의 그런 지나침에 “술자리에서 한 짓들은 살인 아니면 된 기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탈한 말씀인가. 술깬 아침에 시인의 그 말을 들은 나는 고백을 했다. “언니는 패애생 내 언니다이!” 그리고 나는 그 든든함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일상사의 골치 아픈 일이 있어 전화라도 하면 언니가 “잊어버려” 하면 잊어버리면 될 일이다. 피터지게 싸워, 하면 그리하면 될 테고, 참아, 하면 참으면 될 테고. 언니가 귀찮을 거다 싶으면 위대하고 소박한 언니의 마음을 짐작해 내 혼자 씩씩하게 해결하면 될 것이다. 언니가 있으니까!!!

시인 박구경은 진주에 살고 있다. 삼천포가 고향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억망으로 취한 날 들은 것이기에 기억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사천에도 오래 산 것으로 안다. 삼천포, 진주, 사천, 통영, 산청!!! 어쩐지 어쩐지 시를 읽지 않고는 안 될 것 같은 지명들이지 않은가. 에나로 사랑스런 지명들이다. 박구경 언니가 그래서 시인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박구경 언니가 시인이 안 됐으면 도대체 무엇이 되어야 그 자신과 잘 어우러질 지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의 맑고 총기 있는 눈빛이 시 아닌 무엇과 어울릴 것인가. 또한 그의 그 소박함이라니.

시인의 시 또한 시인을 닮아 그토록 소박할 수가 없다. 특히 시인의 시 중에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시는 읽으면 기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싶은 마음이 저녁 무렵 고향집 생각처럼 간곡해진다. ‘대숲과 코스모스를 휘저으며/ 오랜 여행에 지친 사람들이 몰려왔으면 좋겠다....어둠 속을 달려온 그 시커먼 쇳덩이가 쉭쉭/ 숨을 몰아쉬는 동안/ 큼직한 보따리와 흰옷의 사람들이/ 시끌벅적 이 바닷가에 펼쳐졌으면 좋겠다…’ㅡ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의 부분ㅡ 시속의 ‘이 바닷가’는 삼천포의 바닷가인 듯, 기차를 타고 나라도 삼천포로 달려가야 하려나!

진주는 대한민국의 진주다. 조개의 상처가 키워낸 것이 진주라면 더욱이 그렇다. 임진왜란과 동학혁명과 일제치하와 육이오로 이어지는 근대사 속에서 진주는 뼈아픈 상처를 받으면서도 엄연한 역할을 해내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에는 김언희, 박노정, 유홍준, 박구경 등, 올곧은 시인을 오로시 키워내고 있다. 물론 사랑스럽고 존경스런 우리 김장하 선생님은 일러 무삼하리오! 내일이나 모래쯤 남강의 수양버들에 잎이 피겠다. 그리고 또 몇 밤이 지나고 나면 푸르른 남강변에서 아슴아슴 봄안개가 피겠다. 진주여, 내 생애의 언니, 시인 박구경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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