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학부모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학교현장 분위기가 매우 어색한 모양이다. 지난해 9월말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소위 김영란법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본보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학부모가 빈손으로 선생님을 찾아뵙기 허전해 집에서 커피를 타서 준비해간 것도 매정하게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
학부모도 교사도 김영란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웃을 수도 없는 일이다. 돈으로 산 커피 한 캔도 문제가 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 학부모는 그래서 집에서 직접 커피를 끓여 준비해간 것이고, 교사는 학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행여 구설에 오를까봐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예년 이맘때면 아이들 담임에게 줄 성의의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학부모들의 모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러한 움직임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교사들은 아예 손사래를 치고, 선물을 줬다가 함께 처벌될 수도 있는 학부모들 역시 성의의 선물이지만 이젠 극도로 부담스러워 진 것이다.
음료 한 잔도 권하지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분위기에서 아이들에 관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비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잘못된 관습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시각이다. 부패의 열차에서 모두 내리자는 것이 김영란법의 취지이다. 지금의 어색함은 깨끗한 내일을 위한 불편함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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