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꽃들이 주고받는 릴레이
아침을열며-꽃들이 주고받는 릴레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3.27 18: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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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꽃들이 주고받는 릴레이


겨울이 다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은 봄이다. 가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낮이면 봄의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우리들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계절이다.

내가 출근하는 길에는 지금 꽃 잔치가 한창이다. 섬진강을 거슬러 오르는 듯 옆을 따라 난 길가에는 봄의 여신 매화가 한창인데, 섬진강 건너에 보이는 전남의 매화마을에는 온통 마을과 산이 매화꽃으로 덮여 있어 매화의 향기가 강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봄이 시작되면 조금씩 피어나던 매화꽃이 섬진강을 따라 오르며 매화향으로 온 고을을 젖게 만들고 환하게 마을을 밝힌다. 그래서 가까이 가지 않아도 매화꽃의 향연을 멀리서 보며 즐길 수 있다. 매화꽃이 온통 섬진강변을 수놓을 때면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가 곳곳에서 저도 보아주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 매화꽃과 산수유꽃이 섬진강의 맑은 물, 하얀 백사장과 더 잘 어울리는 봄이 된다. 그렇게 봄의 기운을 한껏 피워 올리면 어느새 개나리꽃이 노랗게 아장아장 걸어 나오고 목련꽃도 순백의 꽃망울을 터뜨려 하늘을 보고 웃음을 짓는다. 해마다 목련꽃이 필 무렵이면 꽃샘추위가 다가와서 목련의 순백을 시샘하였었는데 올해는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련꽃이 제법 예쁘게 피워내는 것 같다.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 바람에 흔들리면 산에는 진달래가 수줍은 듯이 군데군데 피어오른다.

학교를 출퇴근 하는 곳에는 벌써 벚꽃축제를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천막을 쳐서 상춘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얼마 전에는 데크로드의 위험한 곳은 안전하게 고치는가 하면, 야간의 벚꽃들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어 구경하기 위하여 조명시설을 손보는 등 손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무엇이든지 똑같지는 않는가 보다. 벚꽃이 피는 것도 약간의 시차가 있는 것 같다. 많은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열심히 물을 길어 올려 가지마다 벌겋게 막 꽃망울을 터뜨려는 순간인데, 악양 공원의 길옆에 있는 벚나무 두 송이는 항상 제일먼저 꽃을 피워 마음을 모은다. 올해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벌써 하얀 꽃들을 한층 예쁘게 피어서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하면 마음도 좋고 기분도 좋게 마련인데 간혹 출퇴근을 하는 우리는 차들이 밀려서 퇴근을 어렵게 하는 어려움에 대하여 걱정도 한다. 해마다 겪는 이맘때의 일이지만…

벚꽃이 만발해서 사람들이 몰려들면 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다 꽃비로 내리는 멋들어진 풍경을 자아낸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감탄사는 더욱더 신명나는 하루가 된다. 그렇게 벚꽃들의 잔치가 무르익어 끝이 지날 때쯤이면 하동의 섬진강엔 또 다른 꽃들이 잔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얀 꽃들이 나무마다 하얗게 수를 놓아 달아놓는 것이다. 봄여름의 따스한 바람과 섬진강의 맑은 물이 만들어 주는 기운을 받아 탐스러운 결실을 꿈꾸며 한층 꿈에 부풀어 오른 배꽃들의 잔치이다.

겨울의 찬 기운을 밀어올린 남해의 따스한 바람이 차츰 차츰 섬진강을 따라 오르면 꽃들은 실수도 없이 배턴을 주고받는 릴레이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저 흥에 겨워 감탄사만 뱉으며 꽃들이 주고받는 릴레이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자연의 순리는 사람들 모르게 흐르고 있다. 모두들 꽃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항상 간직하게끔 향기로 몸을 젖게 만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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