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교육
절망의 교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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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학교폭력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최근 왕따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대구 한 학생의 유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가족들이 있었지만 학교에서의 폭력은 그 어떤 희망과 관계도 무력화 시킬만한 잔혹한 경험이었다.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존엄은 이미 그 선을 넘었고 죽음으로 내 몬 그들의 행위를 가해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어설프게 말하곤 한다. 폭력행위에 놀이라는 말을 붙여 악이 얼마나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있는지 오늘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은 절망과 무의미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마침 우리 집에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왔다. 학업과 학교생활 스트레스 때문에 견디다 못해 두 주간 있기로 한 것이다. 소나무 숲에서 땔감을 모으다가 쉬는 시간에 질문했다. “너네 학교에도 일진이 있니?” “예, 있어요” “그 애들이 어떻게 하니?” “애들 왕따 시키고 (필요한 것) 시키고 못살게 하지요” “그러면 피해학생들을 보면서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있니?” “어쩔 수 없지요 뭐” “아니, 다른 여러 학생들이 힘을 모아서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지도 않니?” “다들 관심 없어요, 자기 일도 아닌데요 뭐”

짧은 대화였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 주소이다. 이 학생은 특별한 학생이 아니다. 그저 부모님 말대로 학교에 갔고 공부하라고 해서 열심히 했고 그렇게 일 년 이 년 세월을 보낸 학생이다. 그 사이 키도 컸고 지식도 늘었지만 교육의 기본 목적인 사람답게 사는 길에 대해서는 어떠한 배움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무례하고 폭력적인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존엄과 인간성을 지키는 방법도 알지 못하고 왕따 당하고 폭력당하는 친구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력과 정의감 또한 실종한 지 오래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우선적으로 구출하고 가해자를 교화시키자는 다양한 정책과 사례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 때 뿐 또 잠잠해지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지나가게 되어있다.

학교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는 문제가족, 결손가족 배경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필자의 학교운영 경험에 의하면 오히려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 그리고 자기 의견을 글이나 말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성까지 갖춘 부모의 자녀에게서도 깊은 폭력성을 발견한다. 돈과 권력과 말빨이 결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의 자녀들을 통해 본다.
실제로 어떤 사회적 조건이 폭력학생을 양상 하는가에 대한 더 깊은 연구와 탐색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 그러한 조건을 감소시키는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쉬운 인터넷 유해환경접속,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 이로 말미암은 우정의 파괴. 소위 국가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모든 비인간적인 교육정책 그리고 보편선과 학생인권 등을 프로그램과 돈으로 운영할 수 있을 거라는 정책자들의 오만과 무지. 무엇보다 ‘인간은 어떻게 인간이 되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핍과 그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공동체적 의지의 부재 등이 오늘 우리교육의 총체적인 파국을 몰고 왔다. 공부 많이 한 바보들, 머리 좋은 악당들은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배출될 것이다.

세상살이의 모판이 되어야 할 학교와 교실은 무관심과 무기력 그리고 무책임의 야만이 되어가고 있다. 상대방의 고통에 아무 관심이 없고 부모와 교사는 자신의 일에 바쁘고 세상을 열망 가득한 호기심으로 살아야 할 학생은 이미 무관심의 중병에 걸려있다. 어느 것 하나 자기 힘으로 해 보거나 자기 의지로 결정내린 것 없는 갖추어진 시스템에서 학생들은 무기력증에 시들어간다. 그리고 성적과 경쟁과 병영화 된 교육문화로 사람으로서 고귀한 것은 무시되어왔다. 비겁과 눈치에 길든 무책임한 시민양상이 오늘 교육의 결과이다.

이미 학교문화자체가 폭력적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사회분위기 자체가 폭력적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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