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마음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것
음악은 마음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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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한국국제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중국의 실크가 어떻게 로마까지 알려질 수 있었을까. 중국 서안에서 시작되어 멀리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혹은 로마까지 이어졌다고 하는 비단길. 가족의 생계, 가문의 부흥 그리고 부를 위해 등짐을 지고 낙타를 탔던 이들, 수 많은 여행자가 지나가는 덕에 바람 잘날 없던 길,  실크로드에는 새로운 문화와 역사가 만들어졌다. 바로 이 길! 동화 아르비안 나이트의 무대가 되었던 이 길 위에 페르시아 시장이 있다.

페르시아는 아케메도스 왕조 이 후 1935년까지 이란의 영토에 근거한 여러나라를 페르시아 제국이라고 한다. 페르시아 제국에 위치하여 번성한 페르시아의 시장,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이 곳, 바로 이곳에는 한 때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섞여져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페르시아의 시장은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를 만난 상인들로 가득차고 비단 뿐만 아니라 종교와 문화, 먹거리와 사람까지 교류되었던 곳이다. 영국 작곡가 케델피(Ketelbey, Albert William, 1875 ~1959, 영국)의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이러한 페르시아 시장의 모습을 묘사하여 음악으로 만든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필자의 마음속에 페르시아 시장의 정경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지나간다.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떠들어 대는 모습, 그리고 시중을 거느린 공주의 행렬과 뱀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음악으로 표현된다. 작곡가 케델피는 1910년대부터 50년대에 걸쳐 동양을 소재로 한 동화를 테마로 묘사적 관현악곡 중국사원의 뜰 등외 묘사적 라이트 음악을 작곡하였다. 이 중 ‘페르시아의 시장’에서는 대상을 그림을 그리듯 가장 잘 표현한 곡으로 유명하다.

묘사음악은 무엇인가. 클래식음악을 분류하면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으로 나눈다. 표제음악은 작품에 작품 번호대신 제목(표제)이 부쳐진다. 표제가 부쳐진 음악 중에 어떤 대상을 묘사한 곡을 묘사음악이라 한다. 반면 절대음악은 음악의 구조인 형식의 아름다움(형식미, 形式美)을 추구하기 때문에 작품에 작품 번호(오푸스 넘버, Op. No)만을 부친다.

케델피는 오늘 날 가만히 앉아서도 천리를 알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그 시대에는 서양인이 바라보는 페르시아의 시장은 동양의 신비를 가득담은 경이로움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이로운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예술은 표현된다. 예술 중에서 음악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음악은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아니다. 음악은 또 볼 수도 있다. 이 처럼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면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면 그 정경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책도 목적에 맞도록 읽어야 하듯이 음악 또한 내용을 이해하면서 들으면 작곡자의 의도가 마음속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마저 모르고 감상한다면 그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그냥 소리일 뿐이다.

르네상스 이후 예술은 과거의 틀에 박힌 정형적 형식의 틀을 부수고 인간의 내면에 우러나는 대상에 대한 감동을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쭈그러진 휴지통도 부서진 의자도 작가의 내면의 의미가 부여되었을 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바뀌었다. 과거 종교적 이야기나 대상에 대한 사실적 표현 외에도 작가의 생각도 예술로 표현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예술의 장르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자신을 개성있게 표현하는 것이 되었다. 또 예술의 가치는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개성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표현하는가에 있다. 그것은 바로 창의적 표현력의 원동력이다. 

유아에게 음악교육을 할 때 그들의 일상을 음악으로 만들어 보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자신의 느낀 점, 자신의 개성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일, 그것을 위한 접근 방법을 알게 하여야 한다. 아바타 인형에게 옷을 입히듯 쉬운 것부터 하나씩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열게 하는 것. 그것은 마음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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