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무에겐 잘못이 없다
기고-나무에겐 잘못이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04 18:1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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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숙/남해경찰서 생활안전계 순경
 

정희숙/남해경찰서 생활안전계 순경-나무에겐 잘못이 없다


4월 5일은 식목일(植木日)이다. 2006년부터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달력에 검정색으로 표시되는 평일이다. 필자가 초등학생이었던 90년대에는 식목일을 즈음하여 나무심기는 4월의 요란한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평균 기온이 올라가서 나무심기는 대부분 3월에 이뤄진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극빈국(極貧國)이던 시기에는 산에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주로 사용하여 우리나라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지만, 경제개발과 산업화로 인해 땔감은 화석연료로 대체되고 산림청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산림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과거 무분별한 나무식재는 현재에 이르러서 산림의 효율적 이용과 경제적 효용 관점에서 계획적으로 이뤄지며, 최근에는 삶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저녁이 있는 삶’, ‘웰빙’, ‘올레길’ 등이 대두되면서 산림은 단순히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함께 공존하며 여유를 주며 여기에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더해져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산림의 중요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의 산림에 대한 인식은 조금 미흡하다. 이는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가입국 중 북미나 유럽 선진국, 하물며 일본의 시민의식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산림을 즐기는 등산이나 캠핑, 올레길 걷기 등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아직 미치지 못한다. 한 예로 등산할 때 들고 간 물건이 명산(明山)의 정상에서는 쓰레기가 되어 남겨지기도 하고, 몇몇은 자연의 공기를 마신다고 등산을 하고선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다. 입산시 라이터 같은 화기물은 산불방지를 위해 당연히 소지금지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최근에는 도심녹화산업도 도시계획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멀리 나가야만 느낄 수 있었던 자연의 품을 이제 늘 지나 다니는 동네 길과 아파트 단지에서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인식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늘 다니는 동네 길의 가로수가 얼마 전 명품 아파트를 짓는다고 아름드리한 나무가 하루아침에 잘려나갔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자연경관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오래된 나무들이 필요 없을 수는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이전이나 더 좋은 방법으로 해결방안을 논한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공사현장을 지나면서 옛 가로수의 잘려나간 밑둥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무에겐 잘못이 없다.

우리 인간들이 필요해서 그 자리에 심었고, 필요 없어져서 잘려 나간 것 뿐이다. 우리들의 이기적인 마음에 나무는 그냥 잘려 나간 죄 밖에 없다.

나무에 대한, 산림에 대한 국가과 국민의 생각에 따라 나라의 흥망성쇠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선진국이나 세계적 리더 국가들을 보면 풍요로운 산림을 가지지 않은 나라가 없다. 반대로 빈곤한 국가들, 위기의 국가들, 과거의 우리나라를 떠올려 봐도 풍요롭고 가득한 산림, 나무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늘 주기만 하는 나무와 산림에 대해 식목일을 즈음하여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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