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와룡(臥龍)의 승천(昇天)하는 해
올해는 와룡(臥龍)의 승천(昇天)하는 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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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택/진주문화원 부원장
은자(隱者)의 나라 조선(朝鮮)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뜻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될 것이고, 어떤 변화를 거부하는 현상유지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을 것이며, 또한 보수적이고도 정체적이라는 뜻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조용한 아침잠을 막 깨어난 나라라는 뜻을 크게 간직하고 있으리라 믿어진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펴면서 대지를 딛고 하늘로 비상하려는, 꿈틀거리는 힘의 용솟음을 연상하게도 한다.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가리켜 “은둔의 나라”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 은둔의 나라 한국은 지금껏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정신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세계가 경계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놀라운 경제 성장에 우선 놀랐고, 그 힘든 민주화에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 잠재적인 가능성에 세계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 동족상잔의 전란을 겪은 나라로 집도, 거리도 폐허가 되어 여기저기 고아와 거지떼가 몰려다니던 나라라고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세계 많은 나라의 원조와 구호로 연명하는 나라라고도 생각되어 왔었다.

이렇게 버림  받은 나라, 보잘 것 없는 나라, 가능성도 희망도 없는 나라였던 우리가 오늘날에는 그 옛 모습을 찾아 볼길 없는 경제 강국으로 발돋음해 가고 있다. 1980년대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선두 주자가 되었으며, 세계가 앞 다투어 유치하려 한 세계올림픽과 월드컵대회를 치룬 나라로 주목받아 왔다. 생각하면 용하게도 여러 가지 운이 좋은 나라 같기도 하다.

IT산업, 조선, 철강 등 각 분야에서는 세계의 으뜸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고, 한국의 자동차는 세계 도처의 도시와 농촌을 누비게 되었다. 한국산 의류를 세계인이 즐겨 입게 되었고, 한국의 전자제품, 컴퓨터는 세계 시장에서 선두 그룹으로 이미 진출한 상태다. 스포츠도 세계 강국이 되었다. 이렇듯 한국인은 크게 변화 하였다. 그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그 변화의 폭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과연 이대로의 양상과 속도로 변화를 지속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예상하면 아찔한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그와 같은 충격적인 변화, 가속적인 변동이 주는 갖가지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에도 있겠고,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부조화에서도 그 영향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과 사회와 제도 사이에서 생기는 마찰도 그 까닭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통과 현대의 상충에서도 그 역기능은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변화와 발전이 주는 충격이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금 한국은 일진월보하는 비약의 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누구도 지금의 상승 기류를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촉발된 비상(飛翔)의 꿈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축적 되었던 저력이 분출되지 못하다가 지금 와서 한꺼번에 마치 봇물을 터놓은 것과 같은 위세와 활력으로 촉발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찌 보면 그것은 매우 당연한 역사 발전의 귀결이며 순리인 것이다. 그와 같은 가능성의 뿌리가 우리의 역사 속에, 우리의 생활 속에, 우리의 저력 속에 깊숙이 간직되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충격과 지체(遲滯)가 분출할 수 있는 때와 장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속에서 내연만 거듭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제 그 기회를 우리는 맞게 되었다. 마치 와룡(臥龍)이 승천(昇天)하려고 시기를 기다리던 차에 때마침 비를 맞게 되어 하늘로 비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토가 양분된 채 어느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남북 간의 체제 경쟁 속에 긴장 하면서 살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큼 올라섰다. 우리는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변화와 발전의 기본적인 속성은 무엇이었을까. 그 뿌리는 어디에 있었을까. 깊이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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