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와 등교거부
호모 헌드레드와 등교거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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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시인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s)’는 100세형 인간을 일컫는 말이다. 이 단어의 성격은 즉시연금에 대한 달아오르는 그 열기가 잘 말해주고 있다. 최근 들어 즉시연금 가입금액이 지난 9개월 동안에만 1조5000억 원을 넘어섰고 가입자 또한 9000명에 육박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얼마 전 120세 된 할머니가 우리의 의술로 대장암 수술에 성공한 사례도 크게 작용했음을 배제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80세도 운전은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65세는 노인도 아니다. 60대는 청장년이고 70대가 넘어도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는 듣기 싫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하동초를 비롯한 전국에 8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10대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비산(飛散)되는 운동장에서 학교생활을 해야 했다. 이 날벼락에 살이 안 떨릴 부모가 누가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자기 생명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하물며 자식의 이 일차적 욕구가 믿고 맡긴 학교에서 위협을 받은 상황인데 부모로서 어떻게 침묵만 할 수가 있겠는가.

그까짓 수업일수와 연간 수업총시수가 뭐가 그리 대단하고 기말고사 점수와 성적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는 아이들의 평생 건강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평상시라면 시험에서 몇 점 더 받거나 덜 받거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생은 싸움이요 경쟁의 연속이니까. 그러나 현재 이 미증유(未曾有)의 비극적인 사태에서는 출석이니 수업이니 시험이니 점수니 성적이니 하는 것들은 건강보다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전부터 옛 어른들이 잘하시는 말씀이 있다. 마른 논에 물대는 것과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고 듣기 좋다고. 반면에,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은 다름이 아닌 절망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철의 사나이 박태준의 사인이 석면폐라는 사실에 학부모들의 절망은 극에 달했다.  

하동초 감람석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 운동화에서는 석면이 기준치의 12.5배가 나왔다. 이 아이 엄마는 아들이 밤낮으로 공을 차며 그 열 배 백 배 넘는 석면을 들이마셨을 것이라며 거의 공황상태에 있다. 이런 학부모가 하동초만 해도 한 두 명이 아니다.

그러나 주범인 교과부는 장관의 공식사과는 커녕 아직도 자체 감사 중이라며 관련자를 징계위에 회부해놓은 상태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게다가 가톨릭대 김현욱 교수팀의 실내에서 검출된 석면 영향은 배제하고 석면 광산 지역과 학교를 비교하는 엉터리 보고서를 근거로 초과발암위해성 평가 결과, 미국 환경청(EPA)과 환경부의 ‘석면광산 토양환경관리지침’의 기준치를 밑돌기 때문에 학생 건강에 영향은 없다는 헛소리나 하고 앉았다.

게다가 천연잔디로 하자는 학부모 뜻을 묵살하고 교과부의 시녀로 감람석을 시공한 김상권 교장도 지난해 8월 명퇴를 해버렸으니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다. 그러니  힘 없는 학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등교거부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필자는 38, 39세에 연년생으로 아이 둘을 낳았다. 없는 돈에 유기농 사서 먹이고 매년 30만원씩 필터 갈아가며 정수기 물 먹이고 키워서 하동초에 보냈다. 그랬더니 학교란 곳이 이 모양이다. 이 보다 더 경악(驚愕)할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학부모나 당사자들에게 이는 인재(人災)를 넘어 천형(天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내 모 중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보충수업 중인데 복도에서 기준치 30배를 초과하는 석면텍스를 뜯었다 붙이는 공사를 감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뒷 청소를 초등학생 때 1차 피해자인 1, 2학년들에게 반별로 돌아가면서 나와서 하라고 시켜놓고.

호모 헌드레드 시대다. 이번 사태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할 라인에 있는 자들은 자신이 뿌린 죄악(罪惡)의 씨앗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두 눈으로 꼭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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