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잔인한 달 4월 제주 4·3사건과 세월호 참사
도민칼럼-잔인한 달 4월 제주 4·3사건과 세월호 참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0 18: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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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창원시 마산 참사랑봉사회 회장

권영수/창원시 마산 참사랑봉사회 회장-잔인한 달 4월 제주 4·3사건과 세월호 참사


어느새 4월도 중반을 맞아 산과 들녘을 비롯하여 도심 변두리 가로수에는 봄꽃들이 만개하여 온통 꽃길로 펼쳐지고 있다. 꽃샘추위는 물러갔지만 한낮엔 초여름에다. 아침, 저녁엔 기온이 떨어지는 변덕스런 날씨에 사람들은 어리둥절 하고있다. 1920년대 시인 이장희 선생이 남기신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詩) 한편을 적어본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 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리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 푸른 봄의 생기가 뛰 놀아라”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를 훌터 보니 화창한 봄날의 아름다움 속에 또 다른 배신과 슬픔과 증오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얌전한 고양이도 주인이 자신를 괴롭히는 나쁜 행동을 했을땐 발톱을 세워 주인을 할퀴게 된다.

고양이는 몸집은 작지만 호랑이과에 속하는 동물로 맹수의 습성이 남아 있다.

부드러운 털과 호동거란 눈과 숨겨진 발톱과 날카롭게 쭉 뻗은 수염은 적(敵)이 나타나면 적시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봄은 두 얼굴에 계절이자 잔인달이라고 했던 것은 바로 이를 의미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나라때의 동방규의 시인이 남긴 글은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는다는 춘래(春來不似春) 글귀가 오래 전부터 유행되고 있다. 또한 TS.엘리엇이 남긴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llest Month)이라고 했던 유명한 시구의 글이 떠올라 적어본다.

죽었던 땅에서 만물(萬物)이 소생(蘇生)하는 달/ 생명의 파릇파릇함이 세상을 덮는달/ 갖가지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만발하는 달/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그러나 소생하는 생명의 아름다움은 /내가 갖지 못하고 잊어버린다는 것/ 다시는 같이 하지못하는 고통을 더 아프게 한다.

4월은 많은 슬픔과 눈물이 범벅이 되었던 그날 유가족들은 평생 가슴에 한이 되고 있다. 광복후 1948년 수립된 신생 대한민국 경찰과 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제주 4·3항쟁 사태가 일어났다. 1950년 김용하 제주 도지사 시절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민간인 희생자가 2만 7719명에다 군인 180명, 경찰 140명이다. 그중에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것은 서북 청년단을 비롯하여 우익단체 등 모두 639명이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독재 정권아래 오랜 세월동안 숨소리를 죽여가며 가슴에 묻어왔다. 그러다 독재정권이 바뀌고부터 기억투쟁으로 민주화 운동이후 제주 4·3항쟁 이국가에서 인정을 받게돼 그 한을 풀게 된것이다.

제주항쟁의 비극이 일어난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그 자리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환생하여 유채꽃 (황금색)으로 물들어 전국 최대의 관광지로 바꿔놓았다. 또 다른 비극은 독재정권 4·19 군사혁명을 비롯하여 3년전 세월호가 침몰돼 단원고 학생 등 304명과 실종자 9명이 영문도 모른채 차가운 물속에 수장되었던 대한민국의 부실 무능함과 부정부패가 만들어낸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세월호가 3년동안 방치돼 진도 팽목항을 지켜온 304명의 유가족들이 오열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 세월호는 인양돼 목포항에서 육지로 끌어 올려 실종자 유품 수습과 침몰된 원인을 찾고 있지만 그 슬픔과 눈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다.

늦게지만 가족을 잃은 제주 항쟁사건과 세월호 참사등 수많은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함께 그 슬픔을 같이 나누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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