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주머니 없는 삼베옷을 입고
진주성-주머니 없는 삼베옷을 입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1 11:0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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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주머니 없는 삼베옷을 입고


엄마 뱃속의 열달은 태어나서의 백년을 준비 함이요. 살아서 백년은 죽은 후의 천년을 준비함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어떤 삶을 살던 사후세계를 피해 갈수는 없다. 강 저쪽에서 바라 봐도 찬란한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고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오늘도 더없이 행복한 마음 살다가 어느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주머니 없는 하얀 삼베옷을 입고 소나무관에 누워 누구나 빈손으로 그곳으로 가지요. 알지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깨닫지도 못하는 것도 아니건만 늘 망각의 동물이 되어 욕심만 쌓이고 쌓여 갑니다. 가졌다하여 여섯끼를 먹는 것도 아니고 많다고 하여 한평 넓게 누울 수 있을까요?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높은 곳 아니어도 오늘도 맑고 고요한 하루 또 하루에 당신과 나의 한해가 늘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한다. 피었다 지는 것이 꽃만이 아니고 늘 푸를 수 없는 것이 잎만이 아니요. 꽃은 열매를 맺고 잎은 거름이 되고 태양이 가장 고을때는 노을이고 잎이 가장 붉을때는 가을이니 인생도 젊음을 거쳐 노년이 지나면 이제 천국의 문이 열리면 그곳으로 가는 길 밖에 없다오. 나는 집안일을 잘 안다. 살아오면서 온갖 궂은일은 어머니 몫이었다. 유산 갈등에서도 아버지는 형제에게 대폭 양보했다.

장남은 책임만 지고 권리는 포기했다며 어머니는 두고 두고 원망 하셨다. 한평생 샌님처럼 곱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버지는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면 무척 행복해 하셨고 운동하는 양도 차츰 줄었으니 영원한 이별이 가까워 왔음을 직감했다. 우리가 불평이라도 하려 치면 가만히 응답했다.세월이 답이다 늙어봐 꽃보다도 채소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굴엔 저승사자 꽃이 피었고 삶의 층계를 보면 어려선 내일을 업고 무럭 무럭 자랐단다. 젊어선 오늘을 업고 거드름을 피웠단다. 저녁해를 바라보며 그 많은 추억들의 빗장을 열어 놨지 늙어선 어제를 업고 그럭 저럭 사는 거다. 아버지는 조용하게 눈을 감으셨다. 벼랑을 품은 일생이 한 장(丈)의 나무상자에 담겨 입관된다. 최선을 다해 우리를 키워내셨다. 세월이 답이다. 유골관이 인계되고 뜨거운 불이 들어가는 순간 오열속에 지켜보길 두어 시간 후 유골함이 유족에게 전해지고 상자는 놀랍게도 가벼웠다. 선산으로 가는 길이 가깝기도 하다. 유골함은 하관했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이었을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 모두 언젠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수의에는 주머니조차 없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속의 만물은 자연으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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