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32-야속한 꽃 잔치
도민칼럼-지리산향기32-야속한 꽃 잔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2 18: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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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야속한 꽃 잔치


매화 향기가 천지사방에 날리더니 거짓말 꽃 벚꽃이 함박눈처럼 도로 위에 분분하다. 사람들이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쌍계십리벚꽃길이 서울 대도심 같다. 도로는 교통체증을 보이고 마을사람들은 새벽녘이나 늦은 밤이 아니면 옴짝달싹을 못한다. 해년마다 꽃을 만나지만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너나없이 거리로 나오고 나도 질세라 조금은 촌스런 조명이지만 환하게 켜놓은 벚꽃 길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도 한구석, 엊그제 올라온 세월호가 눈에 아른거린다.

새벽녘 페이스북을 보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예은아빠 유경근씨가 ‘바람이 세다. 벚꽃이나 다 떨어뜨려라. 밑둥을 뽑아버리던가’ 하는 짧은 글이 올라와 있다. 세월호를 인양하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정부의 대응에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관료들이 왜 이리 허술한가? 하는 실망과 분노가 겹쳐 들었다. 내가 이런데 유가족이나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얼마나 애가 탈까! 이런 글이 올라오니 더 착잡해 온다.

그 와중에 세월호 수사를 방해해서 힘들었다는 담당수사관의 증언이 있음에도 의혹을 사고 있는 우병우의 영장이 기각되었다는 뉴스가 속보로 인터넷에 뜬다. 지난해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우병우 휴대폰 기록을 조사하기 위해 부인 것까지 압수했는데 이미 압수할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예측한 그는 문자하나 통화기록 하나 없는 새로 산 휴대폰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런 증거인멸의 귀재인 우병우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하는 검찰이 자기 식구 감싸기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법원은 얼씨구나 하면서 맞춰주는 모양새이다. 참으로 무섭다. 우리나라 제일의 권력은 대통령도 국회도 아니고 사법부인 법원과 검찰 같다.

흔히 감정의 기복이 잦은 이에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라는 말을 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무에 그리 나쁘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기분이 매우 좋았다가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 상태를 주위에 표현하게 되면 사람들이 불안하게 보는 것도 사실이기에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요즘 세태가 딱 사람들을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한다. 순리를 깨달아 세상사를 뛰어넘은 이라면 몰라도 어수선한 날들이 계속 되다보니 ‘참 힘 있는 사람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구나’ 싶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좀 공평한 세상으로 바꿔보자고 탄핵 여론도 들끓고 새로 대통령 선거도 한다는데 어느 검은손이 있어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뀐다고는 생각 안한다. 모든 게 바뀌어야 좋은 세상이 온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상식적인 세상이면 좋겠는데 상식이 얼토당토않은 좌파우파 논쟁에 휘말리고 지역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안타깝다. 최근에는 한반도 전쟁설까지 솔솔 풍기는데 이제 북풍으로 안 되니까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둥, 칼빈슨호라는 어마어마한 군함이 오는 것이 그 증거이고 선제공격도 할 수 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가 쇼셜네트워크에서 돌고 있다.

참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 피곤하다. 앞으로의 전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명의 인명이 살상될 수 있는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참상일 텐데 그 결정이 우리가 아닌 미국에 의해서라니 기가 막히다. 우리도 우리의 국익과 평화가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가 강력하게 전쟁을 거부하면 막을 수 있다. 이제 전쟁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 파멸이다. 지금 안보가 걱정이라면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 당의 대표가 만나자는 제안을 누가 먼저 해서 기분 나쁘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의 기 싸움에 우리가 중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니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야 하는데 분위기가 또 심상치 않게 흐른다.

당장은 우리가 아무 의미 없는 보수 진보 논쟁을 할 때 공평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의혹의 끝판왕인 우병우가 건재하면 세월호 미수습자들이 배안에 더 갇힐 것이고 세상은 다시 불공평한 것이 당연했던 그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까지 이 한반도에서 기 싸움에 편을 먹고 서면 전쟁은 정말 일어날지도 모른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고 한다. 다시 그 고인 물로 발길을 잡아당기는 이들이 있다. 내년에 우리는 낙화분분 꽃 잔치를 또 볼 수 있을까? 올해 더욱 화려했던 벚꽃이 우리를 비웃으며 떨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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