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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각박한 세태에 찌든 어르신들 모두 오시오동봉스님/여래사 주지ㆍ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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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7  18: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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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여래사 주지ㆍ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각박한 세태에 찌든 어르신들 모두 오시오

부처님이 부모님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적은 경전인 ‘부모은중경’에는 부모의 은혜를 열 가지로 서술하고 있다. 자녀가 걸어가는 생의 모든 순간에 부모님이 있었음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데, 순서대로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주는 은혜 ② 해산날에 즈음해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③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④ 쓴것을 삼키고 단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 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 ⑥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 ⑦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 ⑧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⑨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 ⑩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는 은혜 등이다.

효(孝)는 우리가 자랑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 덕목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자랑이 무색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지나치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형국이다.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아이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어르신 생신은 가족끼리 보내면서 아이 생일에는 친구들을 초청해 근사하게 치른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어르신들은 불행하고 불쌍하다는 자조와 한탄이 쏟아진다.

가정윤리의 기본은 효다. 효는 낡은 가치관이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달라져서는 안 될 절대가치다. 어버이의 진한 눈물과 고통이 있기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존재한다.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면 사랑의 위대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부모의 은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효는 모든 덕행의 기본이며 모든 교육의 시발점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까지는 어르신들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있었다. 해방 이후 헐벗고 굶주리던 우리나라를 지금의 반석으로 올려 놓은 것은 어르신들이 허리띠를 졸라가며 자식들 공부를 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을 바탕으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먹을거리가 넘쳐 쓰레기로 버려지는 사회가 되었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사는 것이 어르신들의 희생 덕분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의 희생은 잊어 버리고 자신들이 노력해서 잘살게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뼈 빠지게 고생해서 자식들 잘살게 해놓았더니 어르신들의 희생은 외면하고 자신들의 아이들만 소중하게 챙기는 것이 일상화되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 고유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로효친 사상이 자칫 사라질 것 위기에 처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경로정신의 발현 없이 효도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효심은 경로의 열매인 셈이다. 부모나 어르신을 섬기는 모습은 얼마나 위대하고 거룩한가. 효는 가히 세상사람 모두가 지켜야 할 덕목이며 윤리와 도덕의 이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경로효친 사상은 날이 갈수록 퇴색되면서 어르신들이 퇴물 취급 당하고 거추장 스러운 존재로 각인되는 어추구니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이 받들어졌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어르신들의 권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지혜와 지식은 밀려나고,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시대역행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불합리한 허구로까지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도시화와 개인주의화로 치닫는 핵가족사회에서는 지난날과 같은 권위나 설득력의 설자리가 날로 좁아지고 있다. 어르신들이 어른으로 대접을 못받는 것은 고사하고 학대 당하고 젊은세대로부터 '짐짝' 취급을 당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노납은 경로효친 사상이 날로 사라지는 세태를 안타깝게 여겨 1979년에 진주 제일극장에서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시작해 지금까지 연례행사로 열고 있다. 올해도 오늘(4월18일 오전 12시) 진주 신안동 학생실내체육관에서 여래사 신도회와 사회봉사회, 진주불교청년회, 개인택시불자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마련한다. 각박한 세태에 움츠린 어르신들이여 모두 오시오. 오늘 하루만이라도 번뇌망상 모두 잊고 즐겁게 한판 놀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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