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이질
다듬이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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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 상봉동동 문화위원
오래전 우리네 가정살림 밤풍경 중의 하나. 한적하기 그지없는 야밤에 어느 집에서나 들려오는 다듬이질소리. 그 규칙적이면서 율동적인 소리들 사이로 새록새록 잠이 든 어린아이들은 내일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옷감이 풍부하고 의복이 서구화된 지금에는 다듬이질의 풍경이 생소하겠지만 옛날 여인네들은 의생활전반을 손으로 전부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따라서 한 가정의 의복문화의 변화와 발전의 추이는 다분히 여인네의 몫으로 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고유한 의생활중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 반드럽게 하는 방법을 다듬이질이라 하고 다듬이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다듬이 방망이로 두드리면 골고루 다듬어지게 된다. 이러한 다듬이질이 우리나라의 의복생활문화에 반드시 필요하게 된 연유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옷을 만드는 방식에서 기인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의 옷은 평면구성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세탁때 마다 모든 솔기를 뜯은 후 빨고 새로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풀을 먹여 새 옷감과 같이 올이 바르고 윤기있게 손질하는 다듬이질이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가족의 옷손질과 바느질 솜씨는 그집 주부의 안목을 표현하는 일이기에 주부는 부지런히 가족의 옷을 정갈하게 빨고 새롭게 물들여 체형에 맞춰 다시 만들거나 계절의 변화에 조화되게 다시 구성하였다. 다듬이질에 사용하였던 다듬이돌은 다듬이 감을 대고 방망이로 두드려도 파손이 되지않을 화강암 등의 강도가 높은 돌을 사용하거나 박달나무나 느티나무 등의 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이용하였다. 다듬이는 그 제작과정에 있어서도 다듬잇감을 평평하게 퍼지기 위하여 직사각형으로 두껍게 만드는 윗면은 반드럽게 하고 밑면보다는 약간 넓게한다. 다듬이질을 할때에는 다듬잇돌과 방망이의 마찰에 의해 일정한 소리를 내게 되는데 이러한 소리의 반복으로 박자를 맞추어 여인네들의 가창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이렇게 분리어진 다듬질소리의 내용들은 주부들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주는데 노동의 고됨과 피로감 일의 정서 등 다양하게 보여 준다. 민간에 전승된 다듬이질과 관련된 속담을 보면 빈다듬이돌을 두들기면 어머니젖앓이한다는 속담이 있다. 빈다듬잇돌을 두드리지 말라는 소리이다.

또한 다듬잇돌을 베고 누우면 입이 비뚤어 진다는 말는 다듬이돌이 주부들에게 있어 귀중한 물건이므로 삼가라는 의미가 포함되고 실질적으로 다듬잇돌을 베고 잤을 경우 인체에 나쁜영향을 준다. 이렇듯 우리 선인들의 의생활과 관련되었던 다듬이질 기구들 이제는 양복과 캐쥬얼 등 다양한 서구의 의복문화와 함께 밀려들어온 전기다리미가 차지하였다.

이제는 어느 곳에서도 참을 수 없는 다듬이질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아 주위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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