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내 평생 후회되는 일과 아쉬운 일
도민칼럼-내 평생 후회되는 일과 아쉬운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9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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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내 평생 후회되는 일과 아쉬운 일


필자는 오래전부터 여생이 다할 때까지 후회할 일이 있다. 남에게 얘기하기도 부끄러운 일로 항상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부모님을 단 하룻밤도 내 집에서 편히 주무시게 하지 못한 일이다. 남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하룻밤도 제대로 못 모셨으니 얼마나 큰 불효자인가 싶어 두고두고 후회를 한다.

필자는 1947년, 칠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위로는 형님과 누님 한 분씩이 있고 아래로 남동생 셋에 여동생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집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농사일을 돕다가 스무 살에 차라리 군(軍) 생활을 할 심산으로 육군하사관에 자원입대하였다. 5년 넘게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를 한 이듬해인 스물일곱에 결혼을 하였고, 또 고향 합천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직장 생활도 시작하였다. 결혼하고 삼 년 남짓 읍 소재지에서 전세 단간 방에 살다가 1977년, 지금 내가 사는 바로 이곳,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마을에 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한마을에서 같이 살았다. 이렇게 가까이 살다 보니 종종 집에 오셔서 식사도 하시고 술을 자시기도 하였지만, 항상 해가 지면 자기가 거처하는 집으로 돌아가 주무셨다. 그때는 그런 생활을 예사롭게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남의 자식으로 태어나 살면서 부모님을 하루 저녁도 내 집에서 편히 모시지 않은 게 큰 죄를 지은 것 같아 항상 내 마음이 무겁고 후회스럽다. 너무 가까이 사셨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내 마음을 합리화하려고 해보지만, 너무 불효 짓을 한 것 같아 생각할 때마다 후회스러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런데 이런 생각 중에도 가장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1977년 고향 마을에 새집을 지어 이사하고 다음 날이었다. 그날 많은 마을 사람들이 집들이에 다녀갔고, 아버지께서는 둘째 아들이 새집을 지어 이사를 온 게 자랑스러웠던지, 일찍부터 오셔서 찾아오는 마을 어른들에게 술대접을 하였다. 해가 지고 저녁 숟가락을 놓자마자 술에 취해 안방에 비슷 틈이 누우셨다. 그때는 초저녁이라 계속 손님도 왔고, 아직 잠 잘 시간도 아니라 나는 별생각 없이 아버지를 깨우셨다. 아버지는 일어나 앉으면서 나에게 “집 짓고 이사하느라 수고가 많았다”라고 말씀하시고는 곧 자기가 거처하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셨다.

그 후 오랜 세월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후회가 막심했다. 새집을 지어 이사를 했고, 또 집 지을 동안 여러 가지로 돌보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집들이하는 그날 저녁이라도 그대로 내 집에 주무시게 해야 했는데, 당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이렇게 두고두고 후회 될 줄이야…. 만일 내가 객지에 살았다면 당연히 다니러 오셔서 주무시기도 했을 텐데 너무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이런 후회스러운 일도 생기는구나 싶다.

지금은 핵가족 시대다. 대부분이 부모님과 한집에 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혹시라도 나 같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지금의 처지에서 항상 아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슬하에 아들만 셋이고 딸이 없는 것이다. 필자가 결혼할 70연대 초만 하더라도 아들을 선호할 때라 딸이 없어도 그렇게 크게 서운한 줄 몰랐다. 지금은 맏이와 둘째는 결혼을 해서 그런대로 잘살고 있고 막내는 아직 미혼이다. 큰 며느리는 내과 의사이고 둘째 며느리는 초등학교 교사로 저들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잘살고 있다. 아들 며느리들도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안부 전화를 걸어오고, 설·추석 명절과 내 생일과 어버이날에는 멀리서도 꼭 집에 와서 챙겨주고 있어 효(孝) 사상이 퇴색한 이 시대에 그래도 효자 효부라는 생각으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아들 며느리가 아무리 잘해줘도 딸이 부모에게 해주는 그런 살가운 사랑과 정감은 아니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 딸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하면, 어떤 친구는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손 사래질하기도 한다. 딸들이 결혼해서 모두 잘살면 괜찮은데 그중 하나라도 너무 어렵게 살면 마음대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을 때는 잠시 그것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옆에서 딸·사위 자랑을 늘어놓으면 은근히 또 아쉬움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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