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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어머니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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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9  21: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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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어머니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고양이를 분양받아와 동글이라 이름지었다. 아예 어렸을 때 데리고 왔으면 괜찮았을 것인지. 4개월이 지난 새끼 고양이를 함께 태어난 형제와 나란히 누워 있는 놈을 어미가 밖에 나간 사이에 억지로 데리고 왔더니 사흘을 굶었다. 저러다 굶어죽을까 무서워 맛있는 간식을 사다가 억지로 입을 벌려서 목 안으로 넣어주었다. 그래도 안 먹고 버티는 걸 보며 사람같은 자존심에 놀랐다. 나중에는 얄미운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더니 사흘을 넘기는 밤에 살살 먹이통으로 와서 빠각빠각 소리를 내며 먹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동글이는 어미와 형제에게 가고 싶었던 것이었다. 어미가 있는 곳이 바로 이웃이었데도 키우고 싶은 욕심에 도로 데려다주지 못했다. 그때 면역이 약해졌든지 범백이라는 고양이 전염병이 걸려 또 이틀을 굶고 병원에 입원을 해서야 살아났다. 열이 너무 올라 뒷다리를 약간 절었다. 뒷다리니까 심장과 멀리 있으니까 괜찮아 지겠지 하고 두었더니 이제 머리까지 흔들고 가끔 토하며 고통스러워한다. 병원에서도 아직 동물의학은 그다지 섬세하게 발달하지 못했다고 어물거린다. 무엇보다 병원에 가는 자기를 죽이러 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발작한다. 말이 안 통하니까.

이제 와서 어미한테 도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이제 그들은 서로 남남이 됐으니까. 끝까지 내가 어미가 되어야 한다.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병원에서 오갈데 없는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리고 왔더니 건강한 녀석은 병든 녀석을 자꾸 멀리하려 하고 가까이 가면 위협한다. 그러다 보니 병든 녀석은 건강한 녀석을 무서워한다. 무서워하면서도 애써 안 아픈 척 한다. 그럴수록 아픈 표시만 더 나는데도. 갑갑하지만 말이 안 통하니 진짜 도리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딸은 건강한 아이를 챙기라고 하고 나는 병든 아이를 챙긴다. 안아주어도 동시에, 밥을 주어도 동시에 한다.

어머니가 된다는 건 스스로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지는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행복으로 알 줄밖에 모르는 맹목일 것이다. 그 맹목이 있어 이 세상이 그나마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모자 관계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과 그 엄마와의 관계는 슬프도록 아름답다. 까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여지없이 엄마의 손에 매달려 있다. 아빠의 손에 매달려 있는 경우에도 엄마는 한 발작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며 양양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식이 까르르 웃는 걸 보는 엄마의 그 자부심 강한 표정이라니, 얼마나 위대한다.

자식을 몇 십 년을 키웠어도 한 두번 모질게 매질한 일을 잊지 못하고 가슴이 메이는 게 엄마다. 더 부드럽게 대할 수도 있었는데, 매질을 안 해도 됐었는데 하면서 후회를 하고 또 한다. 매질을 당할 때의 아이의 공포에 젖은 겁먹은 얼굴을 상기하고 괴로워하며 평생을 살아간다. 때로 잘해주는 날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저렇게나마 건강하게 자랐는데 뭐, 하며 자위하고 잊고 고통에서 놓여나고 싶어도 절대로 안 된다. 잘해 준 일을 아무리 기억해도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잘해준 일은 일상으로 이미 잊어버린 것이다. 어머니니까. 어머니의 정체니까.

어머니의 품을 떠나 이제 누구의 어머니가 된다는 건 정작으로 독립이 시작되는 때일 것이다. 어머니의 은혜 정도는 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사람이라고 할 때 따라오는 의무적인 감정 정도일 것이다. 그에 비해 자식으로 향한 마음은 어떤가? 자식이 누군가로부터 모욕을 당하기라도 했으면 기를 쓰고 보복을 하고야 만다. 내 자식만 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느새 보면 내 자식만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 이것은 혹시 천형이 아닐까? 동시에 천복이기도 한 건 아닐까? 천복과 천형 사이를 왔다갔다, 어머니의 숙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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