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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투표소 유감(遺憾)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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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1  18: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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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투표소 유감(遺憾)

이왕에 오는 비라면 시원스럽게 내려서 해갈도 하고 미세먼지와 길바닥의 흙먼지라도 말끔하게 씻어주면 좀 좋으련만 그도 아니고 보행만 불편하게 추적거리고 있어 투표소 앞에서 우산을 받치고 줄을 섰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우산의 낙숫물이 앞뒤사람을 젖게 하지는 않는지 서로가 신경이 쓰이는데 투표장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쪽의 마당을 가로막고 비 가림을 위한 천막 밑에서 책상 위에 ‘안내’라는 팻말을 올려놓고 선관위직원인지 종사자인지는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두꺼운 명부를 제마다 열심히 뒤적거리며 차례에 따라 신분증을 확인하고 무엇인가 하얀 종이쪽지를 건네주는데 모두들 이를 받아 쥐고 투표장의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곤 하기에 여느 선거 때처럼 투표용지를 받기위한 절차인 줄로 알고 두 줄이 비슷하게 스무나무 명씩 서있어 그나마 좀 짧은 줄의 끄트머리에 서서 한걸음씩 자작거리며 다가섰다. 비 가림의 천막은 두 줄의 여남은 명씩은 비 가림이 되지만 나머지는 천막 밖에서 우산을 받치고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선거 때마다 각 가정으로 부쳐오는 투표안내장에는 성명과 등재번호가 있어 등재번호를 기억하고 가서 일러주며 신분증만 제시하면 선거인 명부에서 본인서명 난을 찾기가 수월하여 지체 없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어 이번에도 기억해 온 등재번호를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기다리는 시간의 무료함과 지루함을 달래며 가끔씩 되새기며 차례를 기다렸다.

족히 10여분을 기다린 뒤에야 차례가 되어 종사원의 책상 앞으로 다가서서 신분증을 내밀면서 1800번이라고 했더니 내게는 하얀 쪽지는커녕 신분증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질로 휙! 하고 현관을 가리키면서 “들어가서 번호만 불러주세요”란다. 순간 정신이 멍 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줄을 서서 가만히 기다려 준 결과의 뒤끝이다. 현관계단을 밟았으나 뒷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쯤 되고 보면 한 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휘익! 돌아섰다. 두 직원은 마주한 사람과 신분증을 연신 주고받으며 두꺼운 명부를 바쁘게 들추면서 하얀 종이쪽지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어주고 마주한 사람은 이를 받아서 얼른 물러나면 이어지는 다음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마주하기를 반복하고 이유도 모르는 기다림의 꼬리 끝은 자꾸만 빗속으로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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