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권 작가와의 만남
황대권 작가와의 만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2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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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미/창원 봉곡중 도서관 사서
경남학교도서관 연구회 회원
평소 가까이 알고 지내는 인근학교의 사서 선생님들과 새해가 들어 첫 만남을 가졌다. 구정 설 연휴가 가까운 평일 저녁 근무를 마치고 만나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며 담소도 나누고 바삐 자리를 옮겨 우리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하는 인문학강좌에 함께 참석하였다.

‘야생초편지’로 잘 알려진 황대권 작가님께서 자리하시는 강좌였다.

주제는 ‘공동체와 생명평화’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공명하는 강의로 시간을 채워 주셨다.

14년 가까운 시간을 감옥에서, 간첩 누명으로 인생의 한창시기인 30대와 40대 초반을 억울하게 온전히 수감생활로 채우신 인생사를 간직하고 계셨다. 그 감옥이라는 곳에서 야생초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재미를 찾아셨고, 동생과 나눈 편지글을 모아 ‘야생초편지’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 책은 나에게 참으로  감흥을 안겨 주었다.

첫인상이 이웃집 말수 적은 아저씨처럼 다가왔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허허털털하게 풀어내셨다. 며칠 집 나와 여기저기 다녀서 꼴이 허술하다고 하셨지만 벗겨진 머리도 멋스러이 소담한 모습이 야생초를 닮으신 분이셨다.

오래 전 ‘야생초편지’를 보면서 내가 이 편지를 받는 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가족이 감옥에 있다는 건 힘든 사실이지만 이 편지를 받은 동생의 마음은 아프면서도 훈훈했을거라는 내 감정에 빠져서 그런 생각이 잠시 있었다. 책에 실린 야생초 그림을 보며 나도 산이 좋아 가끔 오르는지라 특히 봄빛을 품은 산 능선의 온갖 풀들을 볼 때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 어느 것이 약초일까 자주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워낙 눈치가 맹치인지라 바로 앞의 그 흔한 냉이도 가끔 착각을 일으켜 뿌리를 뽑아 몇 번이나 코에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로 구분하려 애쓴다. 이러니 보기 좋은 식물도감도 비교하기만 바쁘지 아직 독초와 약초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2002년 이 책을 처음 손에 잡게 되어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책을 들지만 그 안의 야생초는 아직도 나에겐 신선하다.

작가님께선 이번 특강엔 책이야기보단 자신이 일구고자하는 공동체와 삶, 전지구적 삶, 생태적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하셨다. 주제가 그러하다 보니 책 이야기는 깊이 나누질 못했다. 하지만 책과 별개의 이야기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치관이 생태적인가, 공존의 삶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개인의 삶이 오로지 중요시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황 작가님께서 강연 중 적어주신 말, ‘You are, therefore I am’ 아주 중요한 명제이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너가 없는 나는 있을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은 상호공존하고 공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 각자의 서로를 위하는 실천, 올바른 가치를 위한 실천, 이기적이지 않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시점이 바로 여기, 지금이다. 이번 강좌에서  황 작가님은 강좌 참석자들에게 아주 좋은 자각을 심어주신 듯하다. 쉽지만 실천하지 않는 현대인들을 위해 인문학을 넘어 실천학 강좌를 해주고 가셨다.

황 작가님은 현재 생명평화마을을 일구고 계신다. 출감 후 전남 영광에 터전을 잡으시고 오래전부터 품고 계신 소신대로 생태운동가로 활동하고 계신다. 

자신이 먼저 생태적 삶을 몸소 실천하신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자원의 교도소라는 공간에서도 야생초를 관찰하고 몸을 살리고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고 나누셨다. 쉽게 버려지는 물자 하나 없이 작은 것 하나에도 가치를 담고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의 소리 하나, 자연의 빛깔 하나에도 의미를 품으셨다. 책을 펼쳐 읽다보면 교도소의 생활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나이지만 그 칙칙한 담벼락 안의 삭막한 하루하루가 풀 한포기에 위로 받고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 옮기게 되는 그림 작업에 들이는 정성이 작가 자신을 정진시키고 생태적 삶으로 더욱 다가가는 주춧돌이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야생초 물김치의 맛이 어떨지 야생초 비빔밥이 궁금하여 나도 봄이 되면 길섶의 풀 하나라도 유심히 보고 내 터로 들여 와 벗으로 두고 내 이웃과 함께 하는 식탁의 향기로 옮겨보고 싶어진다.

강연 중 황 작가님의 아름다운 눈빛을 보았다. 세상의 녹녹치 못한 현실 아픔을 체험하시고 참된 가치가 흔들리는 세상사를 느끼시는 일격의 말씀에 촉촉함이 말 속에도 눈빛에도 묻어 나왔다. 나 또한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었다.  '야생초편지'로 나에게 다가온 작가님과의 시간이 더욱 많은 분께 공명으로 울려 나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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