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말과 글’에도 온도가 있다
장미의 계절 오월이다. 골목을 걷다보면, 담 너머로 고개를 내민 장미가 아름답게 보인다. 허락을 받고 꽃송이를 꺾으려다 날카로운 가시에 찔린 일이 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사람을 대하느냐’에 따라 관계의 질이 달라진다. 그 사람이 하는 말과 글, 행동을 보면 인격을 알 수 있다. 편견(偏見)이라는 프레임으로 사람을 평가한 일은 없는가.
범죄 수사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선입견(先入見) 이다.
절도 전과자가 우연히 현장에 있다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수사관이 일단 의심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음에도 범인으로 계속 몰아세우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무고한 사람을 범죄인으로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문만 듣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냉정하게 대한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자.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평판과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특별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단면만 부각 되거나 잘못 된 정보들이 가지를 쳐서 만들어낸 오류다.
말과 글에는 온도(溫度)가 있고, 행동은 향기로 나타난다. 따뜻한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반대의 경우는 빈곤(貧困)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향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정하고 온화한 말이 있고, 얼음처럼 차갑고 송곳 같이 상처를 주는 말도 있다.
그냥 한 번 ‘툭’ 던진 말과 순간의 차가운 시선에도 상처 받을 수 있다. 소위 악성 댓글이나 비방하는 글에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많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 하거나 틀렸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또 한 가지, 차이와 차별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다년간의 범죄 수사 업무를 통해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감사의 달 5월이다. 내 주변 사람에게 나는 어떤 향기를 풍기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아름다운 장미향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