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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이런 철학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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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1  18: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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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이런 철학

최근, 엄청난 분량의 철학책을 탈고하고서 그 무리 때문인지 결국 몸에 탈이 났다. 마지못해 예정했던 일들도 다 중단하고 휴식과 회복에 주력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을 즐기던 사람이 일을 못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SNS를 뒤적뒤적 하다가 한 지인이 공유한 어느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주 가볍게 보았는데, 뜨악하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어느 유명한 철학교수의 강의시간에 있었던 일…수업이 시작되자 교수는 책 대신에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통 속에 탁구공을 채웠다. 통 속에 공이 가득 차자 학생들에게 물었다. “다 찼습니까?” “네 다 찼어요” 이번에는 작은 자갈을 쏟아 붓고는 다시 물었다. “자, 이번에도 다 찼습니까?” 학생들이 또 그렇다고 하자 교수는 모래를 부으면서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같은 대답…그러자 교수는 마지막으로 홍차 한잔을 통속에 쏟아 부었다. 또 채워졌다. 학생들은 그 흥미로운 상황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교수는 말했다. “이 통은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탁구공은 여러분의 가족, 건강, 친구고, 자갈은 일과 취미, 모래는 그 외의 자질구레한 일들이죠. 만약 모래를 먼저 통속에 넣었다면 탁구공도 자갈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질구레한 일만 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해보세요” 교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한 여학생이 물었다. “교수님, 그렇다면 마지막에 부은 홍차는 뭔가요?” 교수는 대답했다. “그것은 여유입니다. 모두들 기억하세요. 아무리 바쁜 인생에도 따뜻한 차 한잔 마실 여유는 있다는 것을요”

같은 철학교수의 이야기라니 더욱 뒤통수가 아팠고, 나 자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 더더욱 아팠다. 일이라는 자갈을 채우느라 나는 건강을 미리 챙기지 못했고, 그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큰 걱정을 끼치고 말았다. 여유를 잃어버린 것도 그 벌이라면 벌이다.

예전 같으면 칸트도 헤겔도 등장하지 않는 이런 철학에 코웃음을 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아니다.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런 철학이 ‘순수이성비판’이나 ‘정신현상학’보다 솔직히 백배 천배 더 철학답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그 어떤 철학적 권위자라도 나의 이 말에 동의해주리라 확신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근래 내가 관여하는 전문 학회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머리에 쥐가 나는 어려운 철학적 토론을 하고 난 뒤, 소위 뒤풀이 때의 화제가 그런 것이다. 가벼워진 그 분위기에서 훨씬 더 진솔한 철학적 진리들이 오고간다. 가족 건강, 친구…그런 게 화제가 된다. 그 멤버들은 대부분 세계적 수준의 전문 철학자들이다. 니체도 하이데거도 훤하게 꿰뚫고 있는 대가들이다. 그들에게도 결국 진짜로 중요한 것은 가족, 건강, 친구들, 그런 것이다. 솔직히 그 학회도 무슨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서보다 그 친구들과의 우정을 나누기 위해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인생의 가치들, 그 우선순위, 그것을 얘기하는 철학. 거기서는 사람의 체온이 느껴진다. 사람의 숨결이 느껴진다. 이제 몸이 회복되고 다시 강단에 서면, 그 동영상의 그 노교수 같은 그런 강의를 해야겠다. 그런 진짜 철학 강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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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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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바른 철학이 아니다. 우주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다. 대학 교수들이 새 이론에 반론도 못하면서 반대로 찬성도 못한다. 왜냐하면 새 이론에 찬성하려면 기존의 이론을 모두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수학으로 복잡한 자연을 기술하면 오류가 발생하므로 이 책에는 수학이 없다.
(2017-06-01 22: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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