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1시간만 투자하세요
심폐소생술 1시간만 투자하세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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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갑/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지난해 구급대원이 고속버스 안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적이 있다. 바로 진주소방서 문산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허미영 구급대원이다.

간호사 특채 출신인 허 대원은 남해고속도로 버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급대가 사고현장에 도착 했을 때 이미 환자는 의식불명에 호흡도 없는 상황이라 가족과 주변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고 한다. 허 대원은 재빨리 환자의 상태를 살펴 의식과 맥박이 없음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던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계속된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으로 맥박과 호흡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신속히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조모(62세)씨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환자가 고령이기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었으나 신속한 초기 응급조치로 생명을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씨의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이다. 우리 주변에서 급성 심근경색증(심장마비)으로 쓰러질 경우 대부분은 손도 못써보고 사망에 이러거나 뇌사상태에 빠지기 일쑤다. 우리나라 심장마비환자 생존율은 겨우 4.6% 밖에 안 된다. 선진국의 경우 심장마비 생존율 20%를 넘는다. 수치만으로 봐도 엄청난 차이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민 대다수가 심폐소생술을 모른다는데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심폐소생술 교육률은 40%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획일화된 강의식 교육방법으로 인해 실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심정지의 40%가 목격이 되지만 목격자 심폐소생술의 시행률은 1.4%(선진국은 30~40% 이상)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결과는 일차적으로 국민들에 대한 심폐소생술의 홍보 부족과 교육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심근경색을 비롯한 각종 심정지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뇌손상도 최소화해 소생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지키는 방법이다. 많은 응급의학전문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정확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체의 피에는 약 4분간 뇌를 지탱할 산소밖에 없기에 그 시간 안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혹시 살더라도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심폐소생술에 대한 정보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소방관들과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심폐소생술 교육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으면 한다. 1시간 정도의 짧은 교육으로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은 반드시 배워볼 만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심정지 환자 발생 건수는 연간 인구 10만 명당 40명 정도로 매년 약 2만 명이 갑자기 쓰러지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가면 가족이나 신고자들이 아무런 조치 없이 쓰러진 사람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울고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너무 안타깝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간은 갑자기 쓰러진 심장마비 환자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다. 이 몇 분 사이의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따라 정상적으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뇌의 산소 결핍으로 인한 후유장해를 입거나 심한 경우 식물인간 또는 사망하느냐를 결정짓는다.

최근 심폐소생술을 습득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심장마비를 일으킨 아버지를 목격하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살린 예도 있다. 심정지 환자를 목격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 있다. 그러나 심폐소생술 교육에 참여하여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둔다면 초등학생의 경우와 같이 소중한 가족과 동료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은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하여 심폐소생술 교육을 요청하면 된다. 만약, 가족이 갑자기 쓰러진 경우 내가 심폐소생술로 소중한 내 가족을 살렸다면 그 보다 더 소중한 일은 없을 것이다. 올해엔 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 안타까운 죽음을 막는 일에 동참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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