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로 엎드린 용 ‘와룡산’
사천시로 엎드린 용 ‘와룡산’
  • 장금성기자·자료제공/한국의 산하
  • 승인 2017.06.15 18:41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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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아홉개의 암봉 정상서 다도해 조망 일품
▲ 사천시 와룡산 능선

사천시 사천읍과 사남면, 용현면, 남양동, 벌용동 등에 걸쳐 있는 와룡산(臥龍山·801.4m)은 높고 낮은 봉우리가 아흔 아홉개로 형성되어 있어 구구연화봉 이라고도 불리며,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해 와룡산이라 불린다.


와룡산은 낙남정맥 남쪽에서 형성된 산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규모가 크다. 전통적인 산지 인식으로 보았을 때 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산이다.

와룡마을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이어지는 주능선이 암봉에 둘러싸여 있어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해 보이며 남쪽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다.

등산로에 빼곡하게 나있는 소나무 숲길과 새섬봉과 상사바위·기차바위·민재봉 등의 암봉이 부드러운 능선길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주봉인 정상인 민재봉을 비롯한 새섬바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푸른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와룡산은 바다를 보면서 탈 수 있는 몇안되는 산중 하나로 등반, 클라이밍, 패러글라이딩 등 레저에 딱 맞는 환경을 잦추고 있으며 전국대회가 열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좋은 정기가 많이 나는 산인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산 남쪽 와룡골에는 고려 현종의 등극과 관련이 있다는 와룡사와 백천사·백룡사·적선사 등의 사찰터가 남아 있다.

와룡산 기슭에 위치한 백천사(百泉寺)는 신라 문무왕(663년) 때 의선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 때 승군(僧軍)의 주둔지였다고 한다. 옛 모습은 전혀 남아 있지 않으며 현대에 와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약사와불전에 있는 목조와불이 유명한데, 길이 13m·높이 4m의 세계최대 약사와불(누워있는 부처상)의 몸속에 작은 법당이 있다. 대웅전·약사와불전·산령각·용왕각·요사 등으로 구성되며, 절의 외부에는 약사여래좌불이 있다.

와룡산에는 다양한 전설이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로 섣달 그믐날 밤이면 산이운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족보격인 ‘산경표’에 와룡산이 누락됐기 때문이라는 설과 와룡산 아흔 아홉골의 골짜기가 백개를 이루지 못해 운다는 설, 그리고 일제강정기 때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민재봉을 깍아 내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와룡산 중턱에는 높이 60m쯤 되는 바위가 있는데 중앙부에 지름 1.8m의 굴이 있어 굴 속에는 부엉이가 살고 있어 굴바위라 했으며, 상사병에 걸린 사람을 이곳에서 떠밀어 죽였다 해 상사바위라 불린다. 산 정상부 새섬바위는 옛날 심한 해일로 바닷물이 이 산을 잠기게 했으나 이 산 꼭대기에 있는 바위만은 물에 잠기지 않아서 그 곳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이 있다.

와룡산 지명과 관련된 또 다른 유래는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째 아들이자 현종의 아버지인 안종(安宗) 욱(郁)이다. 욱은 문장에도 밝았지만 지리에도 정통해 유배지 사수현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전, 와룡산 지기(地氣)의 영험(靈驗)함에 부합하고자 아들인 현종에게 금(金) 한 주머니를 주면서 “내가 죽거든 이 금을 지관에게 주고, 나를 고을 성황당 남쪽 귀룡동(歸龍洞)에 장사해라. 그리고 반드시 엎어서 묻도록 하라”라고 유언했다.

그는 용머리가 아니라 꼬리에 묻혔고 아들 현종이 왕위에 올르자 아버지 안종 욱을 효목대왕으로 추존하니 죽었지만 끝내 임금 자리에 올랐다. 욱 자신이 와룡산의 엎드린 용이 되여 승천한 것이다.

 

▲ 와룡산 중턱 돌탑들

와룡산을 등반하다 보면 유난히 높게 쌓여 있는 돌탑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규모를 볼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며 소원을 빌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천 8경’에 선정된 와룡산 철쭉은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만개해 새섬바위에서 민재봉을 거쳐 기차바위까지 남서릉 구간에 능선을 따라 빼곡하게 자리 잡아 산을 온통 붉은 물결로 물들이고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와룡산의 용머리에 해당하는 각산(角山·408m)은 엎드린 용의 뿔처럼 생겼다고 이름 지어졌다. 와룡산의 절반 밖에 안되는 높이에 와룡산의 위세가 위낙 대단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힘들이지 않고 반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정상에 올라 다도해 전경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각산의 조망성은 오래전 백제 때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605년 백제의 제30대 무왕 6년 남릉에 각산산성을 쌓고 고려때 봉화대를 설치해 사천 앞바다를 지키는 거점으로 이용했다. 현재 정산부근에는 각산전망대가 설치돼 있으며 산 중턱에는 용문사가 있다.

산행코스는 여러 가지이나 보통 와룡마을에서 출발해 상사바위와 새섬봉를 지나 민재봉에 오른 뒤 용의 꼬리라는 기차바위 능선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많이 선택한다. 산행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승용차는 백천사주차장이나 백천골 주차장에서 원점회귀 산행코스이다. 단체산행의 경우 남양저수지(갑룡사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천골주차장으로 하산한다. 장금성기자·자료제공/한국의 산하

▲ 와룡산 정산부근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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