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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받은 것과 만든 것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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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9  18: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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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받은 것과 만든 것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내 철학적 관심사 중의 하나다. 물론 간단치 않은 문제다. 그 평가의 잣대랄까 기준이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사마천을 비롯해 사기의 ‘열전’을 쓴 사람들이 다 그런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건 회사의 인사 담당자나 선거의 유권자에게도 해당한다. 기준이 작용하는 만큼, 사람에 대한 그 평가에는 평가를 받는 그 사람뿐만 아니라 평가를 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드러난다. 그 기준이 바로 ‘그의’, ‘그가 선택한’, 가치기준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받은 것’보다 ‘만든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철학자의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받음’과 ‘만듦’의 결정적인 차이는 거기에 ‘내가’라는 것이, 즉 그 결과물에 대한 ‘나의 의지와 노력’이 개입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컨대 많은 것을 물려받은 재벌 2세보다는 스스로 부를 이룬 자수성가형을 더 높이 평가한다. 세상의 현실적인 평가와는 별도로 적어도 그런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도 있다. 중-고교 시절, 학급에는 특별히 주목을 끄는 아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돈이 많거나 잘 생겼거나 공부를 잘 하거나, 싸움을 잘 하거나, 그런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주목과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한 30년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모인 동창회에서는 그 주목과 평가가 상당히 달라진다. 주목받던 친구들이 그 빛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의외로 빛을 발하기도 한다. 그런 게 곧잘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 다는 아니겠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받은 것’과 ‘만든 것’의 변화에서 온다. 돈도 미모도 재주도 힘도 기본적으로는 다 ‘받은 것’이다. ‘나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그 ‘30년간’ 각자는 자신의 고유한 의지와 치열한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물론 그 의지와 노력으로 ‘받은 것’을 잘 지키고 발전시키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 30년 전의 주목과 평가는 이제 그 효력을 상실한다. 반면, 오직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한 아이는 단연 돋보인다.

평가의 대상 혹은 내용이 되는 부분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인품’이다. 그것은 절대 감출 수도 없고 속일 수도 없다.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서 그것은 향기처럼 (혹은 악취처럼)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오롯이 자기 몫이다. 그것으로 그는 ‘훌륭한 사람’이거나 ‘고약한 사람’이 된다.

고대의 소크라테스도 근세의 칸트도 현대의 사르트르도 인간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 대전제로 깔려 있는 것이 인간의 자유다. 자유의지다. 그래서 ‘나’는 나의 ‘과제’가 된다. 나는 어떤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나는 ‘받은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가 산 그 생의 총체적인 결과에 대해 비로소 내려질 수 있다.

한 40여년 만에 중학교 때의 동창 하나를 다시 만났다. 그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친구였다. 그러던 그가 세계를 상대로 하는 사업가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말은 겸손했고 인품이 느껴졌다. 그를 보고 이런 글을 하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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