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독서습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아름다운 유산
세상사는 이야기-‘독서습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아름다운 유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21 18: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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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독서습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아름다운 유산


강(江)이 말랐다. 바닥을 드러낸 강은 곳곳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작은 공간에 갇힌 물고기는 자유를 갈망하며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모내기를 끝낸 논과 저수지는 갈라진 거북이 등짝 모양을 드러내고 있다. 감자, 고추, 토마토 등 밭작물도 목마르기는 마찬가지다.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 써서 다함께 가뭄을 극복해 나갑시다’라는 문자가 애처롭다. 119대원이 마른 논에 살수(撒水)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가뭄 극복을 위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

독서 인구도 해를 거듭할수록 가뭄이 들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월,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연평균 독서율(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 일반 도서를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 65.3%, 학생은 94.9%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성인 10명중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이 7명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인 평균 독서량은 9.1권이며, 2년 전과 비교하면 성인은 6.1%, 학생은 1.1% 줄었다. 20년 전에 비해 성인 독서율은 21.5%나 감소했다. 경남의 연간 독서율 등 주요 독서지표는 전국 16개 시·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독서인구 감소의 주범은 ‘스마트폰 사용증가’와 ‘충분하지 못한 독서습관’이다. 휴대전화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많아도 책을 든 풍경은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검색은 있고 사색(思索)은 없는 시대’라고 할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치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힘’과 ‘적절한 균형 감각’ 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재임시절 생존전략으로 독서를 꼽았다.

사건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주원인인 경우가 많다. 사소한 싸움이 발단이 되어 분을 참지 못해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약 17년간 범죄 수사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했다. 강력사건 용의자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는 증거보다 경청, 공감, 배려다.

독서는, 사색이라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키우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좋은 책 한권은 우리 사회의 소통과 배려의 가뭄 해결에 필요한 마중물이다. 책 읽는 국민이 많아질 때 갈등과 범죄는 줄고 서로를 위하는 더 행복한 세상이 된다. 독(讀)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독서보감(讀書寶鑑)은 지혜라는 선물로 보답할 것이다.

거창군립 한마음 도서관은 ‘어린이 독서통장’을 발급 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독서 욕구 유발을 통한 독서습관 배양으로 도서관 이용 활성화가 주목적이다. 유명인사 초청 특강, 문화 강좌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붓글씨를 쓰고 한문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런 가정환경이 오늘날 점심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게 만든 원천(原川)이 됐다. 좋은 문장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여백에다가 느낌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훗날 다시 보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어느새 책은 필자에게 가장 훌륭한 백(back)이자 스펙이 됐다.

독일의 극작가 마르틴 발저는 ‘사람은 그가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당신의 자녀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독서습관 이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들과 가까운 도서관에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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