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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닭다리와 닭날개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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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5  18: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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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닭다리와 닭날개

얼마 전, 한 원로 목사님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를 배려하는 부부〉라는 제목이다. 좋은 이야기라 이렇게라도 보급을 하고 싶어졌다.

[...] 환갑을 넘긴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맞아 동네 음식점에 가서 오붓하게 식사를 하였다. 특별 주문한 닭요리가 나오자 남편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아내에게 권했다. 그러자 아내는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지난 30년간 한번도 나를 배려하지 않더니, 오늘 같은 날도 내가 좋아하는 다리는 권하지 않고 내가 싫어하는 날개부위만 주는군요”
그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편은 화를 누르며 띄엄띄엄 말했다.
“날개는 내가 좋아하는 부위란 말이요. 항상 당신을 생각해서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당신에게 주곤 하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소?”
결국 결혼 30주년 기념 식사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마음이 상한 채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생각했다.
“정말 나는 한번도 아내에게 어느 부위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없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할 것으로만 생각했어”
잠을 설치던 아내 역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30년 동안 나는 남편이 날개 부위를 좋아하는 줄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준 것인데, 난 그 마음을 모르고 화만 냈으니 얼마나 섭섭하였을까?”
참된 사랑은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내게 좋은 것이 아내에게 좋은 것이라 착각하여서는 안 된다. 사랑은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대단히 감동적이고 교훈적이라고 느꼈다. 생각해보면 어디 이 부부의 경우뿐이겠는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혹은 습관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이 이야기가 알려주듯 심지어 나름의 ‘배려’에서조차도 ‘자기’가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은 결국 이렇게 한계를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 있고 훌륭한 윤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내가 아닌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한 철학적인 방법론으로서 이른바 ‘빙의’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 적이 있다. 뭐 특별히 어려운 말도 아니다. 상대방(그/그녀)의 속에 들어가 보는 것,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는 것이다. 굳이 유식한 문자를 쓰자면 ‘역지사지’다.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얽히게 되는 ‘상대방’을 이런 자세로 대할 때, ‘그/그녀’는 비로소 저 마르셀이 말하는 ‘당신’(Toi)이 되고, 저 부버가 말하는 ‘너/그대’(Du)가 된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우리는 보통 너무나 단단한 ‘자기’의 껍데기 안에 갇혀 있다. 그것은 호두껍데기보다도 더 단단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부수는 부단한 노력이 삶의 과제가 된다.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개인적 삶의 혹은 사회적 문제들의 구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번 되짚어보자. 우리는 과연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경영자는 노동자를, 노동자는 경영자를, 선생은 학생을, 학생은 선생을,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 누군가가 이런 철학을 수행한다면 거기서부터 아마 구원의 물줄기는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언젠가는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이윽고 온 세상 메마른 인간들의 가슴을 적셔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당장 집에서부터 한번 시작해보자. 우리 남편은, 우리 아내는, 닭날개를 좋아하는지 닭다리를 좋아하는지, 그것을 물어보는 데서부터 한번 시작해보자. 사랑과 구원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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