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날짜와 시간
칼럼-날짜와 시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26 18: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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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날짜와 시간


최초의 시간 단위는 낮과 밤의 순환이었으니, 여기서 하루의 개념이 생겨났다. 좀 더 큰 시간 단위는 달의 주기로서, 여기서 한 달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다시 더운 것과 찬 것, 우기와 건기, 풍요(豊饒)기와 곤궁(困窮)기와 같은 계절적인 주기가 인식되었고, 맨 나중에 태양년의 주기가 알려져 1년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동지는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날이고 하지는 가장 긴 날이다. 동지에서 동지 또는 하지에서 하지까지의 길이를 재면 그것이 1년이 된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 중기인 기원전 600년경에 1년의 길이가 확립되었다. 8척 길이의 막대를 세워서 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하면, 가장 긴 날이 동지가 되고 가장 짧은 날이 하지가 된다. 이것이 365일을 주기로 반복하다가 4년째에는 366일 만에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평균하면 365.25일이 1년이 되므로 지금 알려진 365.2422일과 거의 일치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짓날을 1년의 시작으로 생각한 곳이 많았다. 음양설에서는 동짓날을 음의 계절에서 양의 계절로 바뀌는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는 것도 음의 계절인 동짓날 이전에 하였다. 당나라 역법을 사용한 고려 후기까지는 동지가 설이었다가, 충선왕이 원나라 수시력을 받아들이면서 정월 초하루가 설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동지가 설이라는 관념이 그 뒤에도 계속되어서, 동지를 작은설 즉 아세(亞歲)라고 부르며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졌다.

1년의 명칭도 주나라는 연(年), 상나라는 사(祀), 하나라는 세(歲), 요순 임금 때에는 재(載)라 불렀다. 목성은 연도를 가리키는 별, 즉 세성(歲星)이라 부른다. 이 별의 공전 주기는 11.86년으로 대략 12년인데, 이를 12등분하여 목성의 위치에 따라 자∙축에서 시작하여 술∙해로 끝나는 12차(次)의 명칭을 붙였다. 우리가 축문에 ‘유세차 갑자년’식으로 부르는 것의 ‘세차(歲次)’는 바로 ‘세성(歲星)의 차례(次例)’, 즉 그 위치를 가리킨다. 태양의 주기를 통하여 1년의 길이를 알아냈고, 다시 1년은 달의 주기를 통하여 12개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달의 운동이 30일 정도의 주기를 가지며, 이러한 달의 주기가 12번 정도 지나면 전과 같은 계절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리하여 중국뿐 아니라 바빌로니아, 그리스 등 대부분의 문명은 달을 기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우리의 음력도 이에 기반한 것이다. 다만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주기적 범람 때문에 태양력을 채택하였고, 로마의 시저가 율리우스력을 만들면서 보편화되어 근대 시기에 우리나라에까지 전래되었다. 서양에서는 그레고리우스 13세가 1582년에 율리우스력을 대신하여 그레고리력을 반포하였으니,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태양력이 그것이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은 연대를 표기할 때에 서양에서 들어온 100년 단위의 세기를 사용하여 ‘8세기의 발해 사회’니 ‘18세기의 화폐유통’이니 하고 논문 제목을 단다. 그러나 중국 한나라 때부터 갑자에서 계해에 이르는 육십갑자를 이용하여 60년 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이해했으니,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할 때의 문제점이 여기서 나타나기도 한다. 즉 60년 단위로 살았던 시대의 사건들을 현대 역사가들이 100년 단위로 이해할 때에 자칫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기도 하다. 60년이 넘으면 다시 육십갑자가 시작되어 사람도 회갑을 맞게 된다. 이처럼 60년 단위로 반복되다 보니 옛날 기록에 단지 ‘병신년’하는 식으로 연대가 표기되어 있으면 도대체 어느 왕 때 또는 서기로 어느 연도의 병신년인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 다행히도 서양으로부터 서력기원을 도입한 뒤로 이런 불편이 비로소 해소될 수 있게 되었다. 서양에서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것은 14세기에 와서의 일이고, 1시간을 60분으로 나눈 것은 바빌로니아의 60진법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동양에서는 이를 12개로 나누어 밤 12시 무렵인 자시(子時:11시∼01시)에 하루가 시작된다. 사람이 밤에 죽었을 때에는 바로 자시를 새로운 날의 시작으로 생각하여 제삿날을 정했다. 고려 성종 때에는 하루의 시작을 새벽으로 삼았다. 해가 뜨는 시각이 하루의 시작이 된 것은 시계가 없어도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세계 시간의 기준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 본초자오선이다.

금년도 어언 한 해의 절반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21일이 하루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라서 한 번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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