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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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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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 교장
사람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의 마음 또한 볼 수가 없다. 그 사람의 얼굴을 통해서 마음을 본다. 얼굴은 심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은 조용하고 맑은 성품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제는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이고, 나의 거울인 요즘 아이들 앞에서 교육자로서 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두렵기도 하다. 흔히들 아이들은 선생님의 거울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좋으면 아이들은 공부가 재미있고, 선생님의 말씨, 글씨, 취향까지도 닮는다. 그래서 선생님의 모든 것을 잠재적 교육과정(課程)이라고 하는 것이다. 교사의 차림새나 언행 모두가 교육의 자료다. 차림새나 언행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를 그대로 보고 배우게 되고, 부모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응을 하며,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은연중 수용하게 된다. 학교가 학원과 다르다면 지식의 전수와 더불어 인격의 교류를 통한 인간형성이다. 교사에 대한 존경과 순종이 있어야 교류가 있다. 교사를 불신하고, 반항하고, 무시하며,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이들은 인격 교류의 통로가 끊겨 있다. 이러한 거울에 나타나는 모습은 누구의 모습일까.

인생의 경험이 그다지 풍부하다고 할 수 없는 연령대인 학부모에게 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신도 함께 배우고, 경험하고, 고치는 성장의 과정이다. 아이가 부모의 거울이라 함은 아이의 행동을 보고, 부모는 자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존 듀이가 ‘생활이 도야(陶冶)한다. 생활이 교육이고, 교육이 생활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아이는 항상 부모와 교류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매일의 생활 속에서 배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모습은 아이에게 나타난 자신의 모습이기에, 아이의 모습을 통해 부모 자신이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변명하거나,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거나, 어물어물 넘어가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잘못을 저지른 학생도, 부모도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반성할 줄도 모르며, 사과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당당하고, 큰소리치는 학부모를 만날 때이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다면, 부모들이 먼저 스스로를 낮추는 법을 실천해야한다. 부모 노릇을 잘해야 말년이 행복하다. 말하자면 자식농사를 잘 지어야 인생 말년이 행복하다. 자기 자식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과 믿음, 이성을 상실한 편들기와 과보호, 자기 자식에겐 한없이 관대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용도, 용서도, 베풂도 없는 양육 방식은 자식농사를 그르치는 일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요, 부모의 거울이다. 참으로 두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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