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자는 모두 '민간 외교관'이다
해외여행자는 모두 '민간 외교관'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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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최근 들어 해외여행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명절연휴를 이용하기도 하고, 계모임이나 직장휴가기간 등을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기회가 많아졌다.

개인 여권과 소지품을 지니고 떠나지만 해외에 가면 우린 모두 한국인이라는 묶음으로 분류된다. 우리 개개인의 행동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우리 대학에서 제공되는 원격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매너와 에티켓의 차이를 배웠다. 에티켓(Etiquatte)은 사람들 사이의 합리적인 행동 기준을 가리킬 때 사용되고 매너(Manner)는 이러한 에티켓을 바탕으로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매너는 방식(ways)이고, 에티켓은 형식(form)으로서 예를 들어 인사를 한다는 것은 에티켓이며, 그 인사를 경망하게 하느냐 공손하게 하느냐는 매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주는 나의 이미지를 고려하며 해외여행에서의 관광매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첫째, 해외 유명 관광지에 한글 낙서가 많이 발견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철수와 영희 다녀감’ 등 한글로 쓰인 낙서는 유독 우리 눈에 잘 보인다. 장난으로 인한 행동이지만 외국의 관광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촬영금지 구역(박물관, 관청, 통제구역)에서 사진을 찍거나 외국인에게 함께 사진 찍기를 강요하지 말고,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작품에 손을 대는 일이 없도록 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에 유명 화가 작품이 전시되었다고 하여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카메라 사용을 금할 뿐 아니라 쓰고 있던 모자도 벗도록 요구하는 안내원이 입구에 있었다. 카메라는 이해가 되지만 모자를 벗는 의미를 물어보니, 화가들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 모자를 벗고 매우 경건한 마음으로 전시작품을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셋째, 식당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 “헤이”, “웨이터”라고 크게 말하기 보다는 “Excuse me”라고 하는 것이 듣기 좋은 표현이다. 주문했던 음식과 다르거나 조금 늦게 음식이 나와도 큰 소리로 화를 내지 말고, 웨이터를 불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넷째, 호텔의 욕조에서 샤워나 목욕을 할 때 샤워 커튼을 욕조 안으로 넣어 물이 욕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다. 많은 호텔에서 욕조 외에는 배수시설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욕조 밖으로 물이 새어 카펫이 젖지 않도록 한다.

다섯 째, 호텔 조식의 경우 음식을 잔뜩 담아와 먹지 않고 남기는 경우가 있다. 입맛에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으나 애당초 소량의 음식을 맛보고 더 가져다 먹는 것이 좋다. 더욱이 빵이나 과일 등을 잔뜩 가져와 봉지에 담아 점심식사를 대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호텔 측에 큰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맥주를 자주 달라고 주문하여 모아 둔 맥주 캔을 가방에 여러 개 집어넣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또한 맥주를 마시면서 싸가지고 온 오징어와 고추장을 찍어 먹는 모습도 보았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의 오징어 냄새는 한국인인 나에게도 거슬렸다.

내 돈 내고 내가 즐기는 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와 같은 태도는 금물이다.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를 방문한 우리나라 일부 관광객의 지나치게 난잡한 모습을 방영한 TV 방송을 보면서 소수의 행동이 한국 전체의 이미지를 덮을까봐 우려되었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국내에 주둔한 미군의 경거망동한 행동을 보면 그 개인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무식한 양키 놈들”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제 대한민국은 이름 값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급증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관광매너를 보면서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든다. 역으로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에 나갔을 때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현지인들과 그들의 마음속에 만들어지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잊지 말자. 어글리(ugly) 코리안이라는 말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잘 담당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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