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대학
두 번째 대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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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주부
며칠 전 우연히 TV 아침프로에서 ‘방송통신대’가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학교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50만 명에 이르는 동문에 수많은 사회저명인사들이 방송통신대 출신이란다.

2년 전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지 25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울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보니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영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경영학을 배워야하겠다고 생각하고 공부할 곳을 찾다가 방송통신대를 발견했다. 그냥 줄만 서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류를 넣고 합격통지서를 받기까지 무척이나 맘을 졸였었다. 쉽게 생각하고 3학년에 편입을 하였다.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만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잡은 책은 읽어도 읽어도 제자리에서 맴돌고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라는 말이 실감났었다. 설상가상으로 눈 좋다고 자부했는데 글씨가 아른거려 돋보기 없이는 책보기도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가고 나면 내 차지가 되는 컴퓨터인데도 뭐하느라 바쁜 지 해 떨어지기 전에는 들여다 볼 시간도 안 나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공부가 하기 싫어 다른 것을 보다가 나오기 일쑤였다. 방송통신대에서는 출석 수업이라는 것을 한다. 온라인으로 수업해도 부족한 부분을 한 학기에 한 번 금, 토, 일 3일 연속으로 8시간씩 하는 것이다.

출석 수업때 꼼짝 않고 8시간 앉아있는 것도 고역이었고 많은 사람을 한 강의실에 모아놓아서 환기도 안 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연신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학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고 학교에 온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귀한 시간이라 2년 동안 한 번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않고 꼬박꼬박 들었다.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제대로 공부한 것도 없는데 시험이 코앞에 닥치니 막막하였다. 두꺼운 대학교재 6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다 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던지 2학기 기말 고사때는 공부해야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겁이 났었다. 4학년 때는 졸업논문을 쓴다고 수많은 참고문헌을 뒤지고 자료 정리하느라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도 했었다.

첨에는 막연히 학벌 때문에 오는 어중간한 학생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의외로 젊은 친구들도 많았고 70이 넘으신 분들도 많았다. 더 배우고 싶다고 편입한 학생들도 아주 많았다. 다들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모여 스터디를 결성해 매주 공부하는 열성파들도 있었다. 별 볼일 없는 학교로 생각했었는데 그곳에서 빛나는 별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게 해 준 학교였다. 방송통신대를 4년 내내 공부해서 졸업하는 학생들이야말로 정말 빛나는 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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