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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낭만을 파는 바리스타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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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3  18: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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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커피향이 좋아서 원두를 볶고 갈아 거름종이에 천천히 내리면서 고요함이 좋아서 산사의 계곡에서 솔향기가 좋아서 소나무 아래에서 고독이 좋아서 나그네를 반기고 정겨움이 좋아서 연인들도 맞이하며 커피를 뽑으며 낭만을 팔고 있는 바리스타가 있다.

삼복 초입의 심산계곡은 상큼한 풋내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져 세속의 번민까지 녹여내는데 천년고찰의 들머리의 계곡의 다리위에다 짙은 그늘을 깔고 간간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가리려고 비취파라솔 하나를 받쳐놓고 작은 탁자위에서 원두커피를 뽑고 있는 노천카페가 있어 거리를 두고 지켜보았다. 손바닥만 한 입간판이 거미다리 같은 삼각대위에 악보처럼 얹혔는데 윗줄에 ‘낭만 커피’라고 쓰여 있고 아래로는 좀 작은 글씨로 ‘따뜻한’ 하고 점하나 찍고 ‘아이스’에 이어서 ‘핸드드립 3,000’ 이라 쓰여 있다. 같은 크기의 삼각대 위는 작은 스피카에서 제목을 알 수 없는 음악이 가늘게 흘러나와 바람소리와 새소리에 조용하게 뒤섞인다. 한참 만에 남녀 한 쌍이 커피를 받아들고 소나무 숲의 나무벤치에 나란하게 앉는다. 또 한참 만에 노부부가 오고 또 한참 만에 젊은 할머니가 혼자서 커피를 마신다. 중년 남자인 바리스타와 주고받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으나 또래가 모여온 젊은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간간히 들려오고 홀로 앉은 할머니는 손짓만이 나붓거린다.

한참을 지켜봐도 수지맞는 장사는 아닐 것 같다. 조용하게 다가갔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따뜻한 걸로” 하고는 등받이도 없는 간이의자에 반가사유상의 자세로 턱을 괴고 앉았다. 핸드밀의 동그란 바퀴를 천천히 돌리고부터 한참 만에 따끈한 종이컵을 받았다. 커피의 진한 향이 바람결에 번져가며 솔바람 소리를 가만가만 달랜다. 아랫마을에 산다는데 커피를 뽑는 것이 좋아서 휴일에만 왔는데 매일 올 거란다. 커피향이 좋아 커피를 내리고 어떤 이는 쓸쓸하고 어떤 이는 정다워서 마시는 사람마다 각각으로 좋단다. 수지가 맞겠냐고 무식하게 물었던 게 겸연쩍다. 해변의 술통 속에 살면서 소원을 말하라는 알렉산더대왕에게 햇볕을 가리고 있는 대왕의 그림자를 치워달라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생각나게 한다.

진주에서 머잖은 곳의 천년고찰 옥천사로 들어가는 산길 들머리의 계곡에서 오늘도 낭만을 팔고 있는 바리스타는 원두커피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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