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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칼럼-삶의 무게허만선/나라사랑 보훈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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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8  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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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나라사랑 보훈 강사-삶의 무게

현생에서는 악하고 모진놈이 잘산다는 속설이 있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속양은 아직 주세시간 남은 오후, 두손에 다 소화기 내과를 비롯한 신경, 피부, 비뇨, 순환기 등의 약 꾸러미를 들고 시외버스에서 내려 택시 정류장으로 향해 걸어가는데 “이노무 인생살이가 와이리 고단할꼬”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파지를 반쯤 채운 손수레를 가로수 그늘에 세운 백발의 할멈이 땟국물을 소매깃으로 땀을 훔치며 푸념을 뱉어내었고 그 푸념은 1급중증장애의 비틀걸음을 걷는 나의 삶의 무게이기도 했다.

택시기사가 짐을 받고 차문을 열어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약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요, 여러군데 안아픈 곳이 없어서요. 50여년 전에 전쟁터에 갔다와서 그렇답니다” “아-그러세요. 월남전 참전용사시군요. 어르신들 덕에 우리는 잘사는데” “알아주니 다행이군요. 세상은 까맣게 잊어가는데…” 기사의 친절로 인해 마음 밝게 귀가하여 아련한 기억을 되짚으며 빛바랜 사진첩을 뒤적여 보니 건장한 청년이 적진을 노려보며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열대우림은 정글작전의 최악이었다. 습하고 무더운 독충이 득실거렸고 원시거목과 그아래 관목 넝쿨식물은 한치의 전진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탈수와 풍토병 역시 위협이었으며, 짐승이 다니는듯한 길목엔 어김없이 함정이나 지뢰가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영리하게도 돌아서 갈만한 곳에는 살상력이 더한 함정을 파거나 매복을 했다.

게릴라전으로 프랑스 식인시절과 2차대전 일본군 치하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미군을 비롯한 8개 연합군의 월등한 화력도 정신무장으로 맞짱을 떳다. 놈들은 유령이었고 도깨비였다. 금새 눈앞에서 저항을 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다시 되돌아와서 뒤통수를 쳤다. 간헐적으로 놈들의 동굴은거지를 소탕하곤 했지만, 전후에서야 수백킬로 땅굴에서 십년씩이나 생존하며 작전수행을 지휘한 구찌땅굴 규모에 놀랐다. 통과하기 힘든 입구, 3층규모의 병영시설 완비, 사통팔달의 퇴로, 의무실, 애기교육까지…

그들은 천연, 인공의 동굴운용에 능수능란했다. 당시의 북한군사고문단이 동굴의 유용함을 알게되어 평양에 지하시설을 대규모로 짓고 전국토의 요새화를 시작했으며, 남침, 땅굴을 군단마다 파게 되었다고 했으며, 육해공 무기들, 비행기나 잠수함까지도 은익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정글의 나무들은 가시가 억세었고, 갈대나 풀잎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본국에서는 김신조와 프에블로호 납북으로 월남에선 대규모 구정공세로 전전선에 비상이 걸렸었던 그시절은 고참들에겐 악몽이기도 했다. 학수고대 전역날만 고대했는데 6개월이나 늘어나 버렸으니…

현지인들은 낮에는 온순한 양민이었다가 밤에는 검은옷 악마로 변신해 버렸다. 우리네 권력에 빌붙는 철새 정치인들 마냥.

안보의 위협이 증가하는 이때에 불협화음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손상되어서는 안되는데하며 노병은 걱정한다.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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