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속팔풍(世俗八風)
칼럼-세속팔풍(世俗八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7.18 18: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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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세속팔풍(世俗八風)


하늘이 내린 화는 피할 수 있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는 피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진실만을 수행한 시간이 있다면 그건 용변 보는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일만큼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것도 아니다. 오직 자신의 결단에 의해 순수한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해치운 것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죄 지은 놈 마음 졸이듯, 계속 머리를 쓰고, 지식을 짜내며 남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자 온갖 노력 속에 살아간다. 불가의 가르침에 세속팔풍(世俗八風)이 있다. 그 여덟 가지란, 이익과 불이익. 명예와 불명예. 칭찬과 비난. 행복과 불행이다.

우리는 일생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이 여덟 가지의 바람을 맞으며 살아간다.

조금 전까지 이익의 바람이 불어서 좋아했는데 금방 손해(불이익)의 바람이 닥치기도 한다.

아침에는 이익의 바람을 맞다가도 낮에는 손해의 바람을 맞기도 한다. 하루가 10년 맞잡이여서 하루에도 수많은 바람을 맞으며 살수밖에 없다. 어제까지는 고위직에서 떵떵거렸는데 오늘은 추락하여 불명예 속에 교도소로 직행하기도 한다. 칭찬과 비난의 바람도 그렇다.

만인의 칭찬을 받으며 기분 좋던 찰나, 비난의 돌풍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곤두박질하기도 한다. 또 기분 좋게 미소 짓는 순간, 비보를 받고 불행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처럼 남들의 반응에 따라 울고 웃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지금 잘나간다고 자랑 말고, 어떻게 하면 그 자리에서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을까 부터 생각하라. 필자는 남들 사는 모습을 열심히 관찰한다.

배워서 닮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닮지 않고, 나만의 독특한 삶을 살기위해서다.

우리에게 가장 든든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 있다면 선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내 맘속에서 남이 잘되라는 축원을 하면 내가 먼저 잘되며, 남은 망해도 좋다는 마음을 품으면 내가 먼저 망하는 것이다. 남을 훌륭하게 볼 때 내가 먼저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남을 존경하면 남도 나를 존경하게 된다. 어떤 상대라도 업신여기지 말고, 함부로 대하지 말자.

내가 웃는 얼굴로 대하면 상대도 나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고, 내가 인상 쓰고 대하면 남도 나에게 인상 쓴 얼굴로 대하게된다. 그래서 상대는 나의 거울이 분명하다.

남의 장점을 우러러 보고, 칭찬해주는 덕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면 얼굴이 밝아진다.

육신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어서 마음 작용에 따라 얼굴모습이 형성된다. 항상 마음 가라 앉히는 연습을 거듭해야 무게가 잡힌다. 아무리 체격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도 마음이 동요하면 말과 행동이 가벼워진다. 인품은 체격이나 체중이 아닌 정신적 무게가 결정한다.

자발적이고 순수한 마음으로 결심을 단단히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

좋을 때는 간도 빼줄 것처럼 하다가도 미워지면 죽이고 싶은 심정이 든다면 졸부이다.

건강한 마음은 태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하나를 보고도 전반적인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뛰어난 마음이다. 좋은 일, 나쁜 일에도 담담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보라.

괴로운 일과 기쁜 일, 몸이 아픈 고통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도록 연습해나가자.

이성과 돈, 권력만을 추구하는 마음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라. 지금 부는 이 바람이 더 거세질 수도, 약해질 수도, 멎을 수도 있다. 길 닦아 놓으면 거지가 먼저 지나가더라도 그냥 받아들여야한다. 시야를 더욱 넓혀서, 내다봄과 되돌아보는 마음을 갖추어나가자.

지난 시간들의 잘잘못을 되짚어 볼 줄 알아야 나머지 시간에는 훈풍만이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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