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염화나트륨(Nacl), 천일염
소금, 염화나트륨(Nacl), 천일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0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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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조/premiere 발레단 단장
치약이 다 떨어졌다. “아부지…, 치약 없으예…” 드르륵 방문이 열린다. 정지로 나오셔서 두리번거리시는 아버지. “어데 있을낀데…” 우두커니 멀뚱거리고 있는 내 곁으로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갔다. “저 있네!” 솥뚜껑만한 손으로 자그마한 단지를 집어 드시고는 당신의 앞에 놓으신다. 뚜껑을 열어 보신다. 그 속에 있으리라고 짐작한 것이 제대로 들어 있는지 확인하시는 것이리라. 그리고는 하아얀 무엇을 한 움큼(?) 꺼내어 입으로 털어 넣으신다. 칫솔도 필요 없다. 손가락 하나가 입 속으로 사라진다. 입 안 청소가 시작된다. 여전히 우두커니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한 내 곁으로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갔다. 입안을 헹구시는 아버지. 그리고는 무뚝뚝하게 한 마디 툭 던지신다. “소금이 좋니라…”

그 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중학교 때 잇몸에 해 놓은 헤작질 - 이빨 사이로 바람이 통하지 않는 것이 너무도 갑갑해 샤프로 앞 이빨들 사이에 구멍을 뚫어 버렸다 - 덕분에 몇 해 전부터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 ‘소금’으로 이빨을 닦아야 했는데 그것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소금은 ‘화학적으로 처리된 소금’ 즉, ‘염화나트륨(Nacl)’이었다. 한 미국 의사의 실험(무슨 실험인지는 조금만 더 읽어 보시길)에 쓰였을 그 소금. 얼마 전까지 소금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유통되었을 그 소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치약을 쓰고 있던 중 보게 되었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천일염’을 다루고 있었다. 소금을 찾고 있던 중이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사실 1. 천일염이 식품이 아닌 광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2. 그 까닭은 짠 음식이 몸에 해롭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한 미국의사의 실험에 있었다. 사실 3. 그 실험이라는 것은 아니나 다를까 하얀 쥐를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한 쪽 쥐에게는 계속 소금을 주입하고 다른 한 쪽 쥐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은 뭐 그런 식의 실험 같지 않은 실험. 결과는 소금이 계속 주입된 쥐의 경우에 암세포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뭐 그런 식의 결과 같지 않은 결과들. 소금과 관련된 ‘실정적인 무의식’이 지금 이 시대에 자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4. 광물로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땅의 진정한 소금, ‘천일염’은 세상 어느 곳의 그것보다 뛰어나다. 세상 그 어느 곳의 소금밭도 이 땅의 그것만큼 다양한 유기질과 영양분을 담고 있지 못하다.

그 다큐멘터리를 본 뒤로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버지께서 입 안 청소를 하시는데 쓰신 그 소금은 천일염이 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적어도 조금은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서. 짜고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사람이 비정상적인 미개인으로 취급을 받고 있는 이때에 말이다. 입가를 타고 흘러나오는 실소를 머금을 길이 없다. 우스꽝스러운 노릇이 아닌가.

천일염으로 불리는 소금으로 입 안 청소를 하기 시작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시린 잇몸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치과를 가 보아야만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비정상적인 미개인으로 지내보려한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 없는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맹신덕분일까. 잇몸이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비단 구강건강뿐만이 아니다. 어릴 때 피부가 좋지 않을 때면 해운대를 찾고는 했다. 백사장 곁의 솔밭에서 한 일주일만 옷을 갈아입고 해수욕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쪽같이 나았다. 지금도 여름마다 땀띠기로 고생하는 내 몸에 소금은 좋은 친구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정해진 지면에 그 효용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해 두고 싶다.

“소금이 좋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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