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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두 사람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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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5  18: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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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두 사람

우리 동네에 오늘 새벽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쉬지 않고 폭우가 쏟아졌다. 당연히 홍수가 났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나는 동네 사람들, 특히 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걱정이 돼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지하집들은 습기가 많긴 했지만 물이 들이친 집은 단 두 집뿐이었다. 상황은 두 집이 비슷했다. 장판을 걷어내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양동이에 담아서 밖으로 날라다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걸레를 짜서 물기를 적셔서 또 짜고 적셔선 짜고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새벽부터 그러니 아침밥은 생각도 못하고 배고픔도 잊을 지경이었다.

한 집에는 초로의 남자가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한숨과 말을 번갈아 섞으며 빗물과 싸우고 있었다. 벽에서도 물이 줄줄 흐르고 바닥의 틈새마다 물이 샘물처럼 퐁퐁 솟고 있었다. 보고만 있자니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여름 되기 전에 양수기를 미리 신청해서 비치를 해두지 그랬어요?” 남자는 버럭 짜증을 내며 그걸 통장이 알아서 보고를 해야지, 라고 말했다. 나는 남편이 통장인 죄로 물을 함께 퍼자고 했더니 그렇게 퍼서 될 일이냐고 또 화를 내기에 슬그머니 나와 버렸다. 가엾기도 했지만 불만만 해대는 통에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다른 한 집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주인인 중년 아주머니는 안방에서 걸레로 물을 적셔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친구인 듯한 다른 아주머니는 현관에 고이는 물을 바가지로 퍼서 양동이에 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다. 현관을 함께 쓰는 옆집 할아버지도 현관에 고이는 물을 퍼내고 있었다. 볼일을 보러 왔다가 형편을 보고 도와주고 있는 젊은 아주머니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물통을 들어다 밖에 쏟는 일을 하기에 바빴다. 나는 얼른 그녀에서 올라오지 말고 내게 물통을 건네라고 하곤 밖에 물을 버리는 일을 거들었다.

나는 좀 전에 들렀던 집 사정을 얘기해주며 다치지 않게 너무 급하게 일하지 말자고 당부를 했다. 서로 하는 일을 바꾸기도 했다. 오래 앉아서 물을 퍼면 허리가 아프기 마련이었다. 또 한참을 무거운 물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 어깨와 팔다리가 아플 것이었다. “이리 와서 이거를 해요, 내가 그거를 할께, 허리 아프겠어요”하는 식이었다. 나는 집으로 가서 신문지를 있는 대로 다 가져다가 물을 다 퍼낸 바닥에 깔았다. 일손이 많으니 물도 표나게 줄어들었다. 물이 얕아지면 이번엔 쓰레받기로 퍼야했다. 그리고 걸레로 짜내야 하고. 그쯤 하고 나는 돌아왔다.

오전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돌아온 남편에게 나는 동네를 돌아본 결과를 보고했다. 남편은 통장이다. 남편은 일요일이지만 당직자가 있을 것이니 전화보고를 했다. 동사무소에서는 피해를 당한 본인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동사무소에 와서 보여주고 의논해야 한다는 전언을 주었다. 나는 그 전언을 들고 또 두 집을 차례로 방문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피해 본인의 통장 계좌번호도 함께 가지고 가라는 말까지 합쳐서 전해야 할 참이었다. 사진으로 보고 또 나와서 확인을 해서 보고를 하면 보상금이 얼마라도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전해줄 판이었다.

웬걸, 초로의 남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집안 안쪽에서 뭐라뭐라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새나올 뿐이었다. 현관에 물은 여전히 고여 있었다. 나는 잠시 난감하다가 남자가 듣든지 말든지 약간 불쾌해 하며 할말을 전하고 다른 집으로 갔다. “어머, 아까는 바빠서 인사도 못했네, 고마워요” 주인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집안은 마치 물청소를 한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됐다. 보일러를 켜서 바닥도 마르는 중이었다. 나는 덩달아 웃으며 말을 전했다. 그녀는 거듭 고맙다며 또 웃었다. 남자와 아주머니의 차이가 뭘까 생각하며 나도 웃으며 계단을 올라왔다. 아마도 긍정, 부정의 마인드 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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