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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그 한 사람…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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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3  18: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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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그 한 사람…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터넷상의 한 자료에 보면 2017년 현재 세계 인구는 75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추산 근거가 어떤지는 역시 잘 모르겠으나 기원전 7만년에는 약 1만 5000명, 기원후 1년에는 약 2억 명이었다고 하니 75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인간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많다 보니 인간이라는 게 보통은 그냥 ‘아무래도 좋은 존재’로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우리 자신도 보통은 그 중 하나로 세상 그 어딘가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 ‘널브러져 있음’이 철학적으로는 ‘무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런 ‘무의미한 존재’로 살다가 간다.
그런데 이 ‘의미/무의미’라는 게 사실은 근본적으로 주관적이다. 입장에 따라 그 내용이, 아니 아예 그 있고 없음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의미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를테면 ‘시’도 그럴 것이고 ‘철학’도 그럴 것이고, 어쩌면 ‘돈’이나 ‘지위’조차도 그럴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의미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 동일한 사람이 입장에 따라 정반대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정치인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진보적 인사와 보수적 인사의 경우는 같은 인물임에도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극명하게 대립한다.

이런 현상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의미에는 실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나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의미는 내가 ‘부여한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다. 나는 내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그 한 사람’을 이따금 생각해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논외로 하자. 그런 범주의 바깥에서 특별한 ‘그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면 그건 의미가 있다. 간단히 말해 75억대 1의 경쟁을 통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세종’이 그렇다.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그럴 것이다. 나에게는 하이데거도 그렇다. 그는 나에게 존재와 사유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 사람 덕분에 나는 한 평생 밥을 먹고 산다. 그 의미가 어찌 작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조설근도 그렇고 헤르만 헤세도 그렇고 릴케도 그렇고 윤동주도 그렇다. 그들의 소설과 시가 없었다면 내 삶의 작지 않은 부분이 황폐해졌을 것이다. 요사이는 드라마 작가 김은숙이 그렇다. 내가 ‘궁극의 인간’으로 평가하는 공자-부처-소크라테스-예수(가나다순)는 말할 것도 없다. ‘만일 그 한 사람이 없었다면…’ 하고 가정해보면(내가 ‘결여가정’이라 부르는 철학적 방법론) 그 결과가 끔찍해진다. 역사의 한 시점에서, 혹은 인생의 한 시점에서 ‘그 한 사람’의 존재는 그 이후의 전개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그 한 사람’의 존재는 축복이기도 하다. 이런 시각에서 이미 내가 ‘어떤’ 인간인지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당신이 그런 ‘그 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누군가에게 ‘의미’로 평가되고 기억되는 그 한 사람…. 뭐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신이 있는 지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뭔가를 한다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것을 지켜보고 평가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도 무려 5천만이 넘는다니 그 중의 1만 되어도 5천만대 1의 경쟁을 통과한 엄청난 결과가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눈에 띄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미 여러 명 있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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