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계로 보는 100세 인생
기고-통계로 보는 100세 인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8.08 18:1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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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남/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조사관리팀장

구재남/동남지방통계청 진주사무소 조사관리팀장-통계로 보는 100세 인생


며칠 전 지인으로 부터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면 안 된다’는 글귀를 받은 적이 있다. 정말 그렇다. 해마다 한해 한해가 예전 같지 않고 특히 사진 속의 모습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나무는 최성기가 정해져 있던데, 인생의 최정점은 몇 살일까?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82.4세이므로 절반으로 뚝 잘라 41세로 보면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사람마다 체감하는 전성기는 각각 다를 것이다. 나 역시 가끔은 인생의 내리막에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이니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료보건 혜택으로 백세인생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서 건강상태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오죽하면 집에 누워 있으나 산에 누워 있으나 별 차이가 없는 나이가 있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 나이가 몇 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실 나이는 숫자일 뿐, 그 숫자가 젊음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더욱 더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OECD도 ‘기대수명' 보다 '건강수명'이라는 지표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남성이 68세, 여성은 72세로 기대수명보다 약 10년 정도 적게 나타나는데, 그 차이만큼 병을 앓으며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웰빙(well-being) 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이 주목받고 있고 최근 증가하는 호스피스 병원의 등장이 현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00세 이상 고령자는 3,159명으로 5년 전 1,835명 보다 72% 증가했고, 그중 여성이 남성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최고 장수지역은 충북 괴산군(42명)이었고, 인근 남해군(29명)이 전국 5위였다. 그들은 도시보다는 시골에 3배 가까이 많이 살고, 노인시설에 거주 비율이 43%로 5년 전 보다 2배 이상 늘었고, 3개월 이상 앓는 질병도 없이 건강한 사람은 22%였다.

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끊임없이 불노불사를 원했다. 불사는 자연의 섭리니 어쩔 수 없지만, 사는 동안이라도 건강하고 젊게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화장품시장에 안티에이징이 도입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최근 우리 서부경남지역(거창, 산청, 함양, 합천)에는 항노화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원과 노인 요양시설 증가, 항노화 산업단지 조성 등은 시대변화를 통계로 읽어내어 정책이나 사업에 반영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100세 시대 인생을 가리켜 호모헌드레드 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이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미래의 나침판인 통계를 잘 활용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행복시대가 열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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