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역경을 헤치고 순경으로 나아가자
칼럼-역경을 헤치고 순경으로 나아가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8.15 18:0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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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역경을 헤치고 순경으로 나아가자


한 솥 밥도 한쪽은 되고, 한쪽은 질수가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조건 속에 살고 있더라도 하는 일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갑 질 심한 조국을 떠나고 싶다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살고 싶거든 “이 땅에서 도망쳐라!”는 말도 나온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헬조선(지옥 같은 조선, 우리나라)을 떠나자’라고 할까. 알바로 하루하루 살아갈 돈을 벌어야하고, 내일도 일을 하려면 한 어깨에 두 지게 질 각오를 다지며 눈 딱 감고 이 악물고 허기진 배를 컵라면으로 때우면서 뛰어야한다. 이 세상에 배고픔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이 있을까. 배고픈 사람은 먹여줘야 하며, 최소한 밥 먹을 시간만은 보장이 되어야한다.

사람은 배가 불러야 마음이 열리므로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아닌 어떤 보물도 소용이 없다. 원효 스님은 발심 수행장에서 기찬목과(飢餐木果)하야, 위기기장(慰其飢膓)하고, 갈음유수(渴飮流水)하야, 식기갈정(息其渴情)이라하였다. 배고프면 과실을 먹어서 주린 창자를 위로하고,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갈증을 달래라는 말이다. 오늘도 대한의 일부 젊은이들은 온갖 스트레스에 옹이진 삶의 나이만 늘어가며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희망을 찾지 못해 국외로 떠나려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넋두리를 그냥 덮어두지 말자.

어른들은 그들을 위로하고 다독거려주며 더 이상 상처가 깊어지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사망한 19세의 김 군 어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자.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떳떳하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에게는 절대 그렇게 가르치며 키우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책임감이 강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에게 개죽음만 남을 뿐입니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것이 미칠 듯이 후회됩니다.” 이 말씀을 곰곰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 군의 가방에서는 미쳐먹지 못한 컵라면이 발견되어 보는 이들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토록 과다업무를 부여한 사람은 양심도 기대할 수 없는 이 땅의 어른들이다.

요즘 부쩍 젊은이들의 우울증을 호소하는 상담이 늘어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균형 있는 분배가 이루어지면 가난이란 없고, 화합이 성취되면 부족이란 없으며, 그렇게 되어 안정되면 위태로움은 없다”하였다. 취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생기고 신뢰가 떨어져서 어떤 외적인 발전을 이루어도 내부적 요인으로 주저앉게 된다.

그리고 지금 모든 일이 잘나간 사람이라도 취업준비생들 앞에서 으스대지 마라.

가령 오늘 임금님한테 훈장과 거액의 상금을 받았더라도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다.

만약 내일 임금님의 마음이 돌변하면 나에게 사약을 내릴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받은 거액의 상금을 노린 강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오늘 받은 훈장과 거액의 상금 때문에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받은 훈장과 거액의 상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잘 나간다하여 으스대다가는 기침에 재채기에 천식까지 겹칠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겸손하게 살아가야한다. 언제 누가 죽을지, 내가 언제 죽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떤 일도 우리를 기쁘게, 슬프게, 힘들게 할 수 있다.

“사랑을 받아도 비난을 받아도 동요하지 마라”고 옛 현인은 가르치셨다. 공은 땅에 떨어진 압력만큼 튀어 오른다. 모진 비바람 맞지 않고 자란 나무 없고, 호된 고통을 격지 않고 성장한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 역경을 헤치고 순경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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