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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다시 만난 나의 친구 제제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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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1  18: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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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례/새샘언어심리발달상담센터-다시 만난 나의 친구 제제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지는 못하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동화책이 뭐냐 질문하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생각났다. 최근 어떤 계기로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겼다. 30년 이상 만나지 못한 그리운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심정이어서 너무 설레었다.

30여년을 지나 다시 만난 제제는 무척 반갑고 좀 낯설기도 했다. 여전히 장난꾸러기이지만 사랑스럽고 슬픈가하면 통통 튀고 상상력도 풍부한 요즘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의 모습이었다. 1920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모태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그렇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옮겨 놓은 것 같다. 제제는 빛바랜 기억을 더듬을 수 있게 해주었고 말랑말랑한 감성의 어린 나는 30여년의 세월을 지나 어린 친구의 섬세한 감정들과 아픔에도 어느새 고갈된 눈물샘을 보이고 말았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이 끝날 무렵 시골에서 진주로 이사를 오면서 180도로 바뀐 가정 분위기와 문화적 차이와 생활리듬으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 즈음에 만나게 된 친구 중에 하나가 책이었다. 외로움과 우울감을 채워주는 좋은 친구였다. 어쩌면 나의 외로움과 우울감을 만나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가 어린 시절 만났던 제제는 내게 너무도 절절했다. 늘 읽을 때마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곤 했다. 아마도 동감과 공감으로. 나의 모습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점철된 부모들과 그 가정의 자녀들의 슬픈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나타나있고 그 아래 방치당하고 학대당하던 힘없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고된 삶이 5-6살 아이의 눈에도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전쟁과 기아 등으로 전 세계가 힘들던 시대가 불과 얼마 전에 있었고 여전히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린 시절의 비극은 일생을 괴롭힌다. 어린 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도 잔상이 계속 남아있다. 내 마음 속의 친구 제제는 조금 자랐지만 여전히 그 나이 대에 머물러 있을 만큼 많이 자라지 못했나보다. 까칠한 어른과 만나면 괴롭다. 권위적 인물과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

조숙한 제제가 아빠로 삼고 싶을 만큼 따뜻하고 완벽한, 나이 지긋한 친구를 만나서 위로를 받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처음의 악연이 결국은 복선이 되어 기차에 치여서 죽게 된다. 의미있는 사람의 죽음과 준비 없는 이별로 인해 제제는 자신을 감당하기 힘들만큼 엄청난 상실감을 느낀다. 마지막에 사건의 해결이 아버지의 취업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제제는 장난을 덜 치고 바람직한 행동에 열중할 것 같다. 그러면 다시는 나쁜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과 기대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 상실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 나의 두려움과 만나는 순간은 제제처럼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좀처럼 이별이 없었지만 어린 시절 6살 정도에 갓 태어난 어린 동생을 잃은 것이 나에게 아마도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큰 충격이고 슬픔이었다.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력감과 상실감이 요즘에도 가끔 느껴진다.

그동안 내 곁에서 늘 빛을 비추어주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제대로 표현한 적이 거의 없다. 늘 불만에 차있고 욕심으로 가득하여 고마운 줄 몰랐고, 내 것도 못 챙긴다며 아웅다웅하며 베풀 줄도 몰랐다. 이제 인생의 반 정도를 살았다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서서히 놓을 줄도 알아야하고 고마운 줄도 알아야한다 싶지만 지난 시절의 습관을 버리기는 참으로 어렵다. 내 영역을 침범하면 여전히 불평하고 분노하고 투덜댄다. 어떨 때는 분노해야할 상황에 분노하지 못하고 눈치 볼 때도 있다. 솔직히 사실상 가진 것은 별로 없다. 한 때는 이 세상에 하나도 내 것이 없다는 생각에 외롭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너 정도면 잘 사는 거’라고 할 때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에 좀 서글프기도 했다. 과거에는 애써 긍정하려하였다면 요즘에는 순간순간 감사함이 느껴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에 준비된 이별은 없나보다. 언젠가는 헤어질 수밖에 없지만 인연들의 실타래로 얽혀있고 스스로 의도적으로 풀지 않는다면 뒤엉킨 채로 분별없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 미물의 삶과 다를 바 없는 어떻게 보면 너무 가볍고 어떻게 보면 가벼울 수 없는 우리네 삶이 뒤엉킨 칡덩굴처럼 제제의 눈에도 나타나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저 아이들은 걱정 없이 뛰어 놀고 철없이 장난치고 그러면 좋을텐데 저자의 또 다른 책에서 성장한 제제의 모습을 만나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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