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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관 망각증 ‧ 자연 결핍증후군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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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1  18: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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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경관 망각증 ‧ 자연 결핍증후군

경관 망각증은 산림개간이나 주택개발 등으로 우리 주변의 경관이 매년 조금씩 바뀌면 우리는 변화의 양을 가늠하지도 못할뿐더러 변화가 누적되면서 나타날 결과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의 속성을 말한다. 어떤 특정한 개체수가 매년 조금씩 감소하면서 과거의 개체 수에 대한 기억은 잃어버린 채 줄어든 개체 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면서 결국 하나의 종이 멸종되는 비극으로 끝을 맺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경관 속에서 살고 있는 한 경관 망각증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반대로 경관 밖에 살 경우에는 그 경관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더욱더 잘 감지된다.

오랜만에 큰 도시를 갈 때마다 변한 모습에 놀라곤 한다. 곳곳에 들어선 새로운 건물과 상점, 과거 논과 밭이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에 들어선 도로와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변화들이 지니는 공통점은 과거의 자연경관이 모두 건물이나 인공적인 축조물로 대체되고 있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은 그런 변화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경관 망각증도 더 심해지고 있다. 경관 망각증이 심해지면서 우리는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경관 망각증상은 현재 가공할 만한 속성으로 서서히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큰 장애로 작용한다.

인간이 개발한 과학기술의 힘을 동원하면 가공할 만한 힘으로 자연을 파괴할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좀 더 새롭게 인식하려면 자연과의 접촉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오늘날 도시화한 환경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그 같은 노력은 점점 더 어려운 일로 변해가고 있다. 손자와 함께 길을 가고 있던 할아버지가 나무에 붙은 매미를 발견하고 손자에게 말했다. “얘야, 나무에 붙은 멋진 매미를 봐라!” 손자가 다가와서 매미를 보았다. 할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얘야, 그런데 어쩌면 저렇게 꼼짝도 하지 않고 있을까!” 그러자 손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마,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그럴 거예요!”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오렌지가 어디서 생기느냐고 물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카고 트럭에서 나온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위의 두 이야기는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오늘날 어린이들은 밖에서 놀지 않는다. 방과 후 마을의 공터나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장면이 되었다. 어디서 놀고 있을까? 바로 가상현실 속에서 논다. 실내 공간도 부족해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가상공간 속에서 하루의 상당 부분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달라진 삶의 방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의 실종이다. 숲, 개울, 연못, 호수,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식물, 곤충, 동물, 새들을 보거나 듣거나 체험할 기회가 어린이들로부터 사라졌다. 심지어 오늘날 학부모나 교사들마저 아이들이 숲 속에서 스스로 노는 것은 위험한 활동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1999년 뉴욕의 센트럴 파크 내 나무에 올라가 놀게 한 세 소녀의 아버지에게 1천 불의 벌금이 부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원 당국은 나무를 올라탄 소녀들의 행위를 공원의 규정을 어긴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벌금을 매긴 것이다. 이 사건은 훗날 커다란 논쟁거리가 되었다. 공원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적법한 조처였다는 쪽과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나무를 타려 하며 그 같은 행동은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미국의 아동 교육 전문가 리처드 로우보는 이 같은 현상을 ‘자연 결핍증후군’이라고 명명하였다.

자연과 무관한 인공적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연을 불결하고, 위험하고, 무질서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자연 공포증은 성인이 되어 자연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면 거리낌 없이 자연파괴나 무차별적 개발을 감행하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이런 점에서 자연이 지닌 다양한 아름다움을 깨우쳐 주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환경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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