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핵분열반응을 통제하지 못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3월과 4월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식은땀이 흐른다. 체르노빌의 악몽이 이제야 조금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25년 만에 우리는 또 다시 대재앙을 맞게 되었다. 토양과 바다는 방사능으로 심각하게 오염 되었고, 발전소 주변 7만 7천명의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소개되었다. 이미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투입되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 놓아야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모유를 통해 세슘이 검출 되는 등,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영향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안이해져 있었다. 과학자들과 전력사업자, 정부관계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신이라도 되는 양 핵발전소의 안전을 장담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신이 될 수 없듯이 핵발전소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나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 주다는 핵은 인류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지옥의 신이 되어 버렸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결코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후쿠시마 사고 영향으로 연일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검출 되고 있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수입식품과 어패류가 끊임없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저 농도의 방사선이지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 임산부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가능한 이번 사고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과학자의 말대로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이었지만,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능의 위험은 피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발전소 안전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제공 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를 재가동 할 때, 전력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고리1호기에 대한 어떠한 정보 제공도 없이 그들만의 심사와 평가를 진행하였다. 심사과정에 시민사회는 물론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들조차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우리는 각종 붕괴사고와 사건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감시와 참여, 이를 뒷받침 하기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장은 핵발전소의 위협으로부터 시민 스스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다.
핵발전소의 운영은 언젠가 반드시 폭발하고 마는 거대한 폭탄돌리기와 같다.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또한 방사능 오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나쁜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핵위협 없는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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