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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옥천사 누룽지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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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1  18: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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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옥천사 누룽지

1964년이라면 50년이 훨씬 지난 세월이다. 고3의 여름방학을 대입준비를 한답시고 심산절집인 고성의 옥천사에서 한 달간 공부를 했다.

천년고찰의 당우들이 겹겹으로 웅장하여 전깃불도 없는 때라서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데 모기장 속에서 촛불을 밝히면 유별나게 지독한 산속의 모기들이 그물코에 달라붙은 멸치 떼만큼이나 촘촘하게 모기장의 바깥쪽에 달라붙어 책장 넘기는 소리에 군침을 삼키며 심야의 만찬을 밤새도록 기다리고, 반월의 달빛이라도 있는 밤이면 초저녁부터 소쩍새는 연화산 골짜기를 골골이 헤매면서 야심토록 울어댄다.

좁다란 마루청이 기다랗게 깔린 여덟 칸짜리 공부방은 두루 예닐곱 자의 작은 방으로 이부자리가 들어가는 벽장이 있어 바닥에는 책상으로 쓰는 작은 소반 말고는 아무런 가재도구가 없어서 비좁다기보다는 휑하니 넓게 보였고 또한 넓게 쓰였다. 마루청 앞의 마당도 깨나 넓어서 갑갑하지 않고 뒷문을 열면 야트막한 돌담장이 있어도 수림과 천공이 시원스러웠다.

해방 이후에는 옥천중학으로 쓰이기도 했던 옛 애기들이 얽힌 사대부가의 행랑채 같은 유서 깊은 건물이 지금은 해체작업으로 헐리고 있다. 지하를 파서 공양간을 만들고 그 위에는 방을 크게 하려고 다섯 칸짜리로 짓기 위해서란다.

청담스님의 사리탑 옆의 은행나무아래 나무의자에 걸터앉으니 새삼스럽게 옛 추억이 젖어온다. 해가 긴 여름이라서 6시에 저녁공양을 끝내고 나면 어둠살이 내리기도 전에 배가 출출한데 어린 행자승이 양냥이로 전해주는 누룽지는 참으로 고소했다.

옥천사의 누룽지는 적묵당의 대형 온돌방의 구둘 돌을 덥히는 커다란 아궁이가 있는 널따란 부엌의 대형 무쇠 솥에서 방석때기 만한 누룽지가 끼니때마다 나왔다.

무쇠 솥은 물로 씻지 않고 누룽지를 주걱으로 밀어내고 참기름 행주로 가시기만 했는데 지금도 오롯이 그대로이고 옆으로는 공양간이 커다랗게 마련돼 상시 사용 중이다.

고소한 누룽지 내음이 코끝에서 아련하데 기왓장을 걷어내다 비가 오는 바람에 작업은 멈춰지고 벌거벗은 흙 지붕이 비에 젖어 처량하다.

비가 그치면 이어질 철거작업을 하려고 하늘을 향해 길게 목을 늘이고 이빨이 성성한 육중한 쇠바가지가 넓적한 입을 벌리고 쳐들고 서있는 굴삭기의 모습이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하늘을 향하여 울부짖는 괴물 같이 보인다. 천년고찰의 고색창연함이 이어질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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