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1-왜 우리는 보이는 폭력에만 분노하는가?
도민칼럼-지리산향기41-왜 우리는 보이는 폭력에만 분노하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06 18:57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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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왜 우리는 보이는 폭력에만 분노하는가?


푸른 강물이 흐르는 곳에 살다보면 어지러운 세상사가 남일 같다. 인간사 시름도 강물을 한없이 보면 멍하니 잊혀져 그러다 일에 매달리면 별 일 아니지,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 잘난 4대강에 섬진강이 안 들어갔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하고 다행한 일인가! 섬진강가에 사는 나는 아침저녁 편안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안도한다. 올해 그런 강물을 사람들이 즐겁게 이용하도록 뱃길 복원과 친환경 레저인 카누 축제에 대하여 두 번의 기획서를 썼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순위에 밀리는지 섬진강을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 모으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아쉽다.

산과 강만 보면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는데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 며칠 작은 폭력부터 큰 폭력까지 폭력이 난무하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말투가 건방지고 자신의 남자친구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한 학년 후배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는 뉴스가 SNS에 한가득이다. 이 사건은 소년법 폐지운동까지 일으키고 있는데 14살 미만의 아이는 살인을 해도 형사 처벌을 면하게 된다니 국민법감정과는 너무 동떨어져 말이 많은 모양이다.

아이들의 폭력 사건을 보면 어른 못지않다. 숨기는 명민함도 기발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어디서 배웠을까? 남의 집 일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청소년들의 성폭력 사건 대표격인 <밀양집단강간사건>때 그걸 감추느라 급급한 학부모들과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앞으로 어떻게 자기의 아이들을 키워갈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도둑놈이 자기 자식에게는 도둑질을 가르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보고 배운 게 도둑질이면 따라 할밖에, 자신의 엄청난 폭력을 두둔해주는 부모를 만나면 스스로 저지른 악행에 대한 반성이 없을 테고 그런 환경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낳으면 바르고 곱게 키울 수 있을는지?

인권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고 가정 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의 수준은 높아지지만 여전히 나이 많은 어른들의 입에서는 ‘여자가 감히 어디!’라는 말이 공공연하고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정치인의 입에서도 거침이 없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폭력을 방지하는 것은 약한 이를 보호하는 훈련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장애아들을 교육하는 특수학교 한번 지으려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리를 쳐야 하는 현실에 매번 직면하니, 여중생이 피투성이가 되어 맞은 사진을 보며 분노하거나 어린아이가 부모의 폭행으로 죽은 사건을 보면서 과연 광분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지 묻고 싶다.

그나마 일련의 사건들은 사람들에게 공분이라도 사고 돌아볼 여지라도 있지만 2015년 여수의 유흥주점에서 맞아 뇌사에 빠져있다 죽은 여자 종업원의 일은 관심을 갖는 이도 드물어서인지 2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서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폭력은 난무하고 피해자의 상처는 깊은데 사람들은 쉽게 잊고 반복적으로 폭력은 거듭되고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

작은 폭력은 개인 간에 이뤄지고 큰 폭력은 국가가 개인에게 저지르고 더 큰 폭력은 국가와 국가 간에 벌어져 개인의 존재는 오간 데도 없어진다. 그런데 개인이 없는 국가가 존재하는가? 폭력은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폭력을 저지른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독재 정권하에 당한 일들을 파헤쳐야 한다고 요구한다. 자신의 권력을 위하여 광주의 무고한 국민을 죽이고도 대통령이 된 사람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이런 폭력의 세습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작은 일에는 광분하지만 정말 큰 폭력 앞에서는 숨죽이는 모습, 이제 우리 큰 폭력에도 화를 내자! 아름다운 자연을 가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도 숱한 뭇생명을 죽인 저 4대강의 일도 따져 물어 아프다 하면 감기처럼 암에 걸렸다는 소리를 흔하게 듣는 이 세상살이에서 폭력 없는 평화 먹거리를 먹고 살아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이 폭력들을 방치하면 한 아이의 아픔을 넘어 한 국가가, 한 민족이, 또다시 쓰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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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07 11:45:37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을 청소년이라고 강력범죄를 '법원'과 '국회'에서 용서해주었다.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앞길이 창창하니, 낙인을 찍지말고 사회에서 너그럽게 용서해주자는 것.
같은 나이인 피해자는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평생동안 우울증 약을 먹게 될수도 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결혼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너를 다시 성폭행할테니 기다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