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약방의 감초(甘草)
한의학 칼럼-약방의 감초(甘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07 18: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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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약방의 감초(甘草)


어디를 가나 꼭 필수적으로 있거나 빠지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약방의 감초(甘草)’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한약 처방은 여러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략적으로 처방의 80% 정도는 감초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한약을 복용할 때 우리 몸에서 감초가 약재의 독성을 중화시켜주고 동시에 여러 가지 약재들이 조화롭게 작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많은 처방에 감초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주 쓰이는 약재이기 때문에 감초는 항상 약방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주 쓰이는 만큼 중요한 약재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우리가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먹을 때 쓰는 감초는 국내산이 아닌 중국이나 몽골, 시베리아 등에서 수입해온 수입산 일 가능성이 많다. 국내산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나 효능 면에서 수입산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산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중국산 하면 뭐든지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먹는 식품과 같은 경우에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그래서 흔히들 한의원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저 한의원이 중국산 한약재를 쓰는 것 아니냐 불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반만 맞는 걱정이라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다. ‘고려인삼’ 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려-원나라 시대 당시 인삼만큼은 고려에서 나오는 인삼의 효능이 우수해 붙은 명칭이다. 한약재는 그 지역의 풍토와 기후에 따라 맞게 적응하여 성장하는데 인삼과 같은 경우는 한반도의 풍토와 기후에 제일 적합하기 때문에 최고의 인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이다.

마찬가지로 수백 가지의 한약재 중에서 중국에서 나는 것이 최상품 인 것이 있고 오히려 국산이 효능이 떨어지는 한약재가 있다. 예를 들면 ‘구기자’는 국산보다는 중국의 영하(寧夏)지방에서 나는 것을 약으로 쓸 때 최고로 친다. 약효가 제일 좋다고 해서 가격이 무조건 비싼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국산이 비싼 경우도 많이 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건강관련 프로그램의 유행 때문에 한때 천연발모제의 재료 중 하나로 알려진 어성초가 TV방송 후 원래 가격의 2~3배로 급격히 올라갔었다. 방송 한번만 타서 히트를 치면 그 약재는 갑자기 관심도 없었는데 귀하신 몸이 되는 것이다.

머리를 나게 하고, 오래된 허리 디스크를 고치기도 하며, 만성 당뇨병을 고쳤다는 등의 방송 때문에 한약재에 대해 관심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단순히 ‘이러이러한 약재를 어떻게 먹었더니 좋아졌다’라고 하며 시청자들에게 자가 치료를 유도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좋아질 수 있지만 무작정 복용하다가 부작용 역시 있을 수 있다.

그렇게 인기가 급등한 약재들은 방송에서처럼 단방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한의사가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효율적으로 여러 개의 한약재를 최적으로 배합하여 병을 고쳐왔다.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고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집에서 자가로 약재들을 우려먹는 것 보단 한의원에서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골치 아픈 송사 문제를 법전을 찾아보며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법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상담하면 훨씬 수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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