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사는 이야기-어떻게 살 것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11 18:2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담장 너머 발갛게 익은 석류가 탐스럽다.

지난 금요일 밤,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둥글고 맑은 보름달이 길을 비추고 있었다. 길가에 핀 자주빛깔 나팔꽃 속에도 달빛이 가득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꽃을 보고 섰는데 또 다른 내가 보여서 순간 놀랐다. 그는 생각이 없고 피동적이며 실체가 없는 그림자였다. 빛이 없으면 모양도 없다. 순간 실체가 없는 빈껍데기 그림자로 살아왔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자기 결정과 능동적인 행동으로 살아온 순간은 얼마나 될까. 직장에서는 경험·지식·매뉴얼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려운 과제를 제법 잘 수행했다. 어려운 일을 지혜롭게 잘 처리해 승진이라는 보상도 얻었다.

개인 삶에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남의 결정을 많이 따랐다. 인생 무대에서 ‘나’라는 주연 배우가 없는 조연으로서 닥치는 대로 살아온 날이 대부분이었다. 인생항로에는 매뉴얼이 없고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알려주는 등대가 없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선택, 문제해결 방식이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모습은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삶의 방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밀은 ‘자유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필자는 ‘사람은 누구나 주체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고 행동하는 자기 고유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렇다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을 받는 행동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은 경험과 지식, 사색의 힘으로 만들어진 내공(內工)에서 나온다. 내공은 용기라는 도구를 통해 가슴이 시키는 일을 찾아 자기 삶을 살도록 돕는다.

지금까지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변하고 싶다면 어제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독일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1925년∼2013년) 전 영국 수상의 말도 울림을 준다.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말이 된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해야 한다, 인격이 된다.
인격을 조심해야 한다, 운명이 된다.
결국 우리의 운명은 생각대로 된다.

인생은, 두 번 살수 없기에 가치가 있다. 당신은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당당한 주연 배우로 살고 있는가. 뚜렷한 자기 생각과 고유의 삶의 방식 없이 세월가는 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고, 찬 기운이 느껴진다는 백로(白露)가 지났다.

잘 익은 남의 석류만 부러워하기엔 흐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가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잠시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