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게임산업 경쟁력에 먹구름
한국의 게임산업 경쟁력에 먹구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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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어떤 분이 저에게 “우리 나라 사람은 과연 게임을 만들 창의력은 있나요? 외국 기업들과 경쟁할 능력을 가진 것은 맞나요?”라고 진지하게 묻더군요. 그분의 질문에 저는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10년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대답을 주저했겠지만, 지금은 한국인의 창의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용산 청계천에서 시작된 모방 게임에서 자체 기술로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한 지 25년 정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내가 처음 게임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지 12년째 접어듭니다. 그동안 경쟁력을 가지고 수출에 성공한 작품도 많이 보았고, 지금도 당당히 외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도 많습니다. 우리가 이런 근사한 작품도 만들었단 말이야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시도해 보지 않은 기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작되는 작품이라 인정받기도 합니다.

게임이 제작되는 과정을 보면 중세나 판타지 배경의 재미 있는 세계관을 가진 내용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에 맞는 멋진 그래픽과 배경음악, 효과음을 만들어 원하는 동작이 이루어지도록 프로그래밍이라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편의 게임을 만드는데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5년 정도의 기간동안 혼자 만드는 게임도 있고 많게는 200여 명의 인력이 협력하여 제작되는 것입니다.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매년 제작되는 게임이 수 천편에 이른다고 하지만, 성공하는 게임은 몇 백편 정도입니다. 이것은 게임 산업만이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 분야가 거의 유사할 것입니다.

작년, 재작년 크게 유명세를 타던 앵그리버드(angry bird)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핀란드의 젊은이 4명이 3개월 정도 걸려 만든 앵그리버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손가락 하나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에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은근히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과 돼지가 훔쳐간 자신의 알을 되찾기 위해 적 진영을 공격하는 스토리 속 유머가 통했다고 하더군요. 친숙하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가지는 매력과 한 눈에 봐도 쉽고 본능적으로 끌리는 게임이 성공한다는 것에 모두들 찬성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이들이 만든 수십 편의 게임 중에서 성공한 작품 중 하나이고, 많은 실패 속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으로 얻어진 값진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일 신문에 보도되는 게임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지금 우리 나라의 게임시장의 흐름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의 도입, 자살 사건이나 학교 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죄자의 폭력성 원인이 게임이라고 보도하는 언론매체들, 관련 정부 부처들의 행보는 힘겹게 키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키는 행위로 보이며, 힘겹게 전진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길이 아닌지 자성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의 산업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게임 업체 또한 수익만을 내기 위한 현재의 무리한 이벤트 형태의 게임 운영 방법에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우리 모두 게임 과몰입 예방과 해소 방안 마련, 게임의 사회적 책임과 순기능 역할의 증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관련 기관들이 협력하여 상생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잡음없이 모두가 만족하는 게임은 탄생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더 좋은 게임, 세계적으로 위대한 게임이라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이 한국에서 탄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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