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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정한 행복을 잃은 우리 사회이호석/합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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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7  18: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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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진정한 행복을 잃은 우리 사회

일상에서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대체로 무표정하고 굳어있다.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 밝은 얼굴, 웃는 얼굴은 바로 그 사람 행복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무표정한 그 얼굴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진정한 행복을 잃은 사회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가끔 어릴 적, 보릿고개 시절의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인정이 넘치고 환한 웃음을 잃지 않던 정겨운 이웃들의 모습을 떠올려 비교해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혹심한 보릿고개 시절을 겪었던 1960연대 전반까지는 개인이나 국가 살림살이가 정말 어려웠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들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으려는 따뜻한 인정이 있었고, 막연하나마 언젠가는 잘살게 될 것이라는 실 날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내 어느 집에서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그 추운 겨울밤에도 호롱불을 앞세우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제사 음식을 정성스레 가져다드렸고, 다음 날 아침에는 온 마을 어른들을 초대하여 아침 식사를 함께했다. 이렇게 집에서 조금만 맛난 음식을 해도 언제나 이웃과 함께 나눠 먹었다.

그리고 농사일도 그랬다. 그때는 어느 집 할 것 없이 돈이 귀할 때라 주로 품앗이로 농사를 지었다. 어느 집에서 모내기할 때면 온 마을 일꾼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마음으로 같이 일했다. 그리고 일손이 없는 정말 어려운 이웃에는, 종일 자기 집 일을 힘들게 하고도 저녁 식사 후 달밤을 이용하거나 등불을 앞세우고 울력으로 그 집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또 돈이 없으면 예사로 이웃에서 밀려다 썼고, 농기구도 서로 밀려가며 농사를 지었다. 그러니까 항상 너와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삶이었다. 마을 내 어느 집의 경사는 마을 전체의 경사였고, 어느 집의 슬픔은 마을 전체의 슬픔이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마을 사람 모두가 가까운 친척 같이 지냈다.

이러한 분위기는 모두가 어렵게 살면서도 항상 서로 돕고, 용기와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감을 가지게 하였다.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전국적으로 전개된 새마을 운동(사업)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열심히 일해, 반만년 동안 우리 민족을 괴롭혀왔던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몰아냈다. 그 무렵부터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어서면서 나라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였고, 국민의 생활 여건도 차츰 좋아졌다.

그 이후 국가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개인 살림살이도 눈에 띄게 좋아졌으나 전 국민의 50%가 넘던 농촌 인구가 산업화 바람을 타고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또 농가의 주요 농기구도 지게에서 리어카, 경운기, 트랙터로 바뀌었고, 주거 환경도 도시 못지않게 좋아졌다. 지금 농촌은 고령화로 많이 쇠퇴하고 있지만, 청장년이 있는 농가에서는 보통 농사용 트랙터는 물론 승용차와 농사용 트럭이 있을 정도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경제는 세계 10위권 안팎으로 농촌에서도 모두가 여유롭게 살고 있다. 이렇게 국가나 개인 모두가 예전보다 엄청 잘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의 얼굴은 예전보다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이 예전보다 월등히 나아졌으면, 이웃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봉사하는 마음, 그리고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심과 행복감도 더 높아져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그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고착되어 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된 원인을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예전에는 개개인 모두가 어려워 서로가 필요로 했던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 팽배해져 있다. 이러한 사회는 끝없는 욕망과 상대적 빈곤감으로 항상 불만과 불행 속에 살게 되는 것이다.

또 이렇게 된 데는 오직 잘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나라와 개인 모두가 성공과 부의 축적만이 행복이라는 착각 속에서 인간의 참된 삶에 대하여는 너무나 소홀히 하였고, 또 미숙한 정치 환경 속에서 지방자치제가 성급히 시행되면서 기초의원부터 대통령까지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되면서, 이들이 국민 삶의 질 향상보다는 표만 의식하는 전시행정과 과도한 복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명언이 있다. 사람은 절대 부(재물)의 축적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지난해 세계 58위라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결국, 행복은 우리 스스로가 높은 도덕성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양식을 가지고 서로 배려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상당한 부(富)를 취하고도 항상 불행한 우리의 마음을 하루빨리 치유하고,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갈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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