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日열도는 ‘이대호 앓이’
지금 日열도는 ‘이대호 앓이’
  • 뉴시스
  • 승인 2012.02.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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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구단 경계령 발동
▲ 이대호가 지난 12일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자체 홍백전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고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바다를 건넌 ‘빅 보이’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에 대한 일본 열도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한국의 간판타자 이대호는 2011시즌 종료 후 일찌감치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끊임없이 구애를 해 온 오릭스와 지난해 12월 2년 총액 7억6000만엔(약 110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었다.


그가 오릭스에 합류하자 일본 언론들은 시시각각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대호 자신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 같은 현지 언론의 관심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대호를 둘러싼 스포트라이트가 한국 간판타자의 앞날에 과연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호 앓이’에  빠진 日 언론

외국인 선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예외 없이 큰 관심거리가 된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새로 들어오면 현지 언론들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며 관련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내게 마련이다. 2년간 110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따낸 이대호 역시 궤를 같이 했다.

그를 향한 일본의 뜨거운 관심은 오릭스와의 공식 계약과 함께 시작됐다. 오릭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오카다 아키노부(55) 감독은 지난해 12월6일 부산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장에 직접 모습을 나타내 한·일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후 일본 언론은 이대호의 체중 감량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에서의 훈련 상황을 매일 전하다시피 했다.

아울러 이대호 영입으로 짜여질 타순을 미리 구상하며 4번 타자 자리를 놓고 팀내 T-오카다(24)와 경쟁을 붙이기도 했다. 오카다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대호에게 4번 타순을 맡길 것이라고 공언을 했고 T-오카다는 “4번 타자 경쟁에서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기존 본인 자리에 대한 사수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T-오카다는 오릭스를 대표하는 타자다. 23살에 불과하지만 2010년에 33개의 아치로 홈런왕에 올랐을 정도로 일찌감치 거포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실제로 T-오카다는 1일 시작된 본격적인 훈련 첫 날 프리배팅에서 시위라도 하듯 이대호보다 6개 많은 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오히려 ‘3관왕 타법’을 선보였다며 이대호를 치켜세웠다. 경쟁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오릭스 훈련장을 찾아 이대호의 스윙을 체크하며 경계의 날을 바짝 세웠다.

 ◆언론 관심은 양날의 검(劒)

따지고 보면 한국 선수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비단 이대호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니었다. 김태균(30 ·한화)이 2010년 지바 롯데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그에 앞서 이승엽(36·삼성)이 2004년 지바 롯데에 둥지를 틀었을 때도 마찬가지 수준의 관심이 잇달았다. 김태균과 이승엽에게도 당시 단순한 관심 수준을 뛰어넘는 언론의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하지만 선수를 둘러싼 관심은 양날의 검(劍)과 같다. 성적이 기대만큼 좋으면 문제는 없다. 본인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영광을 한껏 즐기면 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팀 내에서의 입지와 함께 빗발치는 비난의 메시지는 더 큰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무대에서 정상부터 바닥까지 모든 것을 경험한 이승엽의 사례를 주목해 볼 만하다.

그가 경험한 지난 8년 간 일본프로야구는 결코 녹록치 않은 무대였다. 2007년 최고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의 이적 후 41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때 일본 언론은 연일 아시아의 홈런왕이 부활했다는 기사를 쏟아냈고 팀은 일본프로야구 최고 수준인 70억원의 연봉을 보장했다.

하지만 2009년 왼쪽 손가락 부상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구단과 언론 모두 그에게 등을 돌렸다. ‘8년을 뛰었지만 일본야구 정복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일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반면교사(反面敎師) 임창용

완전히 다른 케이스였던 선수가 바로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임창용(36)이다. 2007년 12월 임창용이 야쿠르트에 입단했을 때 국내에서는 물론 일본 언론으로부터도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임창용은 2005년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한 뒤 재기 가능성에 의문 섞인 시선을 받은 채 일본으로 향했다. 언론의 관심과 성적과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임창용은 첫해 곧바로 주전 마무리 자리에 올랐다. 이후로도 임창용은 특유의 올곧은 성격대로 주변의 말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중심을 잡았다. 

◆이대호 ‘무쏘의 뿔처럼 가라’

2001년 롯데를 통해 프로 무대에 뛰어든 이대호는 11시즌 간 타율 0.309, 안타 1250개, 홈런 225개, 타점 809개를 기록했다. 특히 2010시즌에는 타율(0.364), 홈런(44개), 타점(133개), 득점(99개), 최다안타(174개), 출루율(0.444), 장타율(0.667)에서 1위를 기록,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오르는 등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야구를 점령한 거포가 보무도 당당히 이제는 바다 건너 일본 무대까지 넘보고 있다. 한·일 야구팬 모두가 그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 한 순간에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된다. 이승엽도, 김태균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를 견뎌야 한다. 한국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도 여타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지금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오는 3월30일 시즌이 개막된 후 초반에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나친 관심이 독(毒)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약(藥)이 되기도 한다. 이에 휩쓸리지 말고 묵묵히 자기중심을 잡고 일본 무대를 호령하는 이대호를 팬들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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