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게릴라성 폭우와 미세먼지
칼럼-게릴라성 폭우와 미세먼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19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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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게릴라성 폭우와 미세먼지


최근 일본 열도에 상륙한 태풍 탈림(Talim)과 미국 동남부에 상륙한 슈퍼 하리케인 하비(Harvey)와 어마(Irma), 중국 태풍 하토(Hato),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강풍과 국지성 큰 비가 내려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의 비의 특성은 일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것이다. 소수의 병력이 일부지역에 집중 침투하여 많은 인명피해를 주는 전투의 게릴라의 전략과 흡사하여 게릴라성 폭우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게릴라전은 수비하는 쪽에 많은 피해를 준다. 소수 인원이라도 후방을 집중적으로 교란시켜 많은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정예 수비병력은 대응이 확실하긴 하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정예병력을 신속히 투입시키지 못하는 지점에서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지역주민 스스로 방어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즉 지역적인 자립방어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는 집중형 시스템의 단점을 분산형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게릴라성 폭우의 피해의 원인은 일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서 그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배수시설의 용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 폭우가 올 것을 미리 안다면 사전에 그 지역의 배수시설의 용량을 키워 대비할 수 있는데 게릴라의 특성상 예고하고 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전 국토가 게릴라성 폭우에 안전하지 못하며 그에 대비해 전국의 배수시설을 키우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예산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홍수를 대비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대규모 댐이나 빗물펌프장과 같은 대형의 집중형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미 비가 와서 꽉 차있는 댐은 더 이상 홍수조절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비가 많이 오면 넘칠까봐 물을 빼내기에 바쁘다. 이 경우 하류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피해를 보게 된다. 빗물펌프장도 설계용량 이상의 비가 오면 그 피해는 오히려 더 커진다. 집중형 방어의 단점인 셈이다. 이것은 소규모의 빗물모으기 시설을 지역 전체에 골고루 설치하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빗물모으기에는 논이나 밭의 웅덩이나 산지의 계곡에 만든 작은 보, 학교나 공원 밑의 저류조나 건물의 저류조, 터널 저수조 등의 여러 가지 종류의 빗물모으는 저류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 피해는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지방의 지형과 역사를 가장 잘 아는 그 지역 주민들이 가장 잘 대비를 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빗물을 모아두어 천천히 흘러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지성 폭우에 의한 예방대책은 미흡하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홍수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적군은 게릴라성 폭우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게릴라를 잡는 전술인 빗물모으기 전략을 적극 펼쳐야한다. 우리 선조들이 곳곳에 인공저수지를 파서 빗물을 모아 관리해오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곳에는 빗물저류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풍허리케인 등은 강풍과 폭우로 국지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기상적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국지성 폭우로 시간당 120㎜의 기록적인 폭우를 일본에 쏟아 부어 인명재산피해를 입힌 태풍 ‘탈림’의 영향으로 한반도는 모처럼 청명했던 가을하늘이 만끽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미세먼지로 흐려지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상륙한 태풍이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는 커튼 역할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을 따라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으로 10월은 일반적으로 가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기 때문에 당분간 미세먼지의 영향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한반도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의하여 안보와 경제는 물론 기상과 환경문제까지 주변국에 의해 요동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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