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그 사람”
아침을열며-“그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21 18: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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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그 사람”


1953년에 나온 함석헌 선생의 시집 {수평선 너머}에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1947년 7월 20일 쓴 것이다. ‘씨ᄋᆞᆯ’이라는 것이야 워낙 유명하지만 이 분이 시를 썼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배경으로 이 시를 읽어보면 그 단어들이 가볍지 않은 무게로 우리의 가슴에 다가온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릿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탓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찬성하여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런 시를 앞에 두고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하면 그건 군말이 될 것이다. ‘그 사람’, 함석헌 같은 사람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시대를 요즘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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